[책마을] 한국인의 뿌리는 추위 피해 온 '기후 난민'

최종석 2024. 9. 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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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 은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최신 연구를 인용해 한국인은 남방에서 올라와 북방에 정착했다가 다시 한반도로 내려온 남중국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추위를 피해 남하한 한국인의 미래는 어떨까.

폭염, 폭우, 작물 생산량 감소,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기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한국인이 또다시 기후 난민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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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504쪽|2만4800원

‘한국인은 어디서, 어떻게, 왜 이곳 한반도로 왔는가?’

<한국인의 기원>은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썼다. ‘방랑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나와 어떻게 한반도까지 도달했는지 인류 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는 세계 각 지역에서 인간 집단이 형성될 때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원의 사람이 섞였고 한반도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는 약 4만 년 전 동아시아에 도착했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이라 수렵채집민 집단은 어로와 사냥이 쉬운 초원 지대를 선호했다. 한반도는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2만5000년 전 기온이 낮아지자 추위를 피해 북방민이 한반도로 들어왔다. 다시 온난해지면서 북방으로 돌아갔고 소빙하기가 올 때마다 남하를 반복했다.

한국인은 자신들이 북방계 유전자 영향을 받아 몽골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유전적으로 꽤 차이가 난다. 저자는 최신 연구를 인용해 한국인은 남방에서 올라와 북방에 정착했다가 다시 한반도로 내려온 남중국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최근 중국 동북 지역의 ‘랴오허 문명’ 연구가 활발한데, 이 랴오허 문명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대인이 한국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본 최초의 벼 농경 문화는 ‘아요이 문명’이다. 그 기원은 한반도 금강 중하류에 존재하던 송국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한반도 문화가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 고유의 섬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과 일본 문화는 상당히 다르지만 두 나라 사람의 유전자 조성만 놓고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추위를 피해 남하한 한국인의 미래는 어떨까.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다. 폭염, 폭우, 작물 생산량 감소,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기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한국인이 또다시 기후 난민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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