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민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어, 5년 10조? 필요하면 더 투입"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 2곳을 방문해 의료진 노고를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것이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의료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의료진 노고를 격려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센터 내 곳곳을 둘러봤다. 박현경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서울 동북권에 유일하게 소아환자구역을 갖추고 24시간 운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 심장병원을 방문한 적 있는데 소아 병원은 수련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설명하더라"며 어려운 일을 맡고 있는데 대한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과 다가오는 추석을 대비하는 병원의 준비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저도 어렸을 때 참 많이 아팠다. 성한 데가 없어 입원도 많이 했는데 따뜻하게 대해주는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어린 마음에도 있었다"며 "잠도 못 주무시고 잦은 회진으로 힘들겠지만 환자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협조해 주신 덕에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어 다행"이라며 "중증도에 따른 진료를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연휴기간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보다 3.5배 수준으로 인상했다. 의료계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해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시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향후 필요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 등의 정부의 의료개혁은)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의 이른바 의료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며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우리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니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도 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응급실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응급실은 게이트 키퍼인데 배후진료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 및 배후진료과 과부하 발생으로 의료진이 떠나고 있다. "업무량이 많으니 비용 보전 등 인센티브를 도입해 떠나는 분들을 잡고 새로운 분들도 유인하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진 의견을 장시간 들은 뒤 윤 대통령은 "보건은 안보, 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지만 국민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겠다. 건강보험 중심의 재원 조달에서 벗어나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지역, 필수의료 기반 확충에 재정을 투자하겠다"며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서울의료원 다음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실시간으로 환자와 구급대원, 전국 모든 응급의료기관을 연결하고 진료 업무를 조정 및 지원하는 기관이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의료진 및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수고가 많으시다"고 격려했다. 어느 지역 응급실이 포화돼 있는지 보여주는 응급의료 현황판에서 부산 지역에 응급의료 어려움을 보여주는 표시가 뜨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에게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병원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의료원 때와 마찬가지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 이 같은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기존에는 건강보험에만 의지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전문의들의 처우가 안 좋아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의료계의 헌신에 공정한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차명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요즘 환자를 받을 때 환자가 잘못되면 내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며 "필수의료과를 선택할 때 의사가 이 같은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 "(진료 과정에서의) 사법 리스크는 책임보험 제도를 금융위에서 개발해 법률 제·개정을 속도를 내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면서 "연휴에 고생하시는 분들 직접 뵙고 손 잡으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의료진들을 격려하며 자리를 떴다.
한편 이날 현장 방문은 환자 및 의료진 불편을 고려해 최소 수행인력으로 진행됐다.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등 소수의 참모진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의 의료기관 방문은 지난 2월 의료개혁 발표 이후 이번이 10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늦은 밤에도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진료현장을 돌아보고 의료진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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