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얼굴 없는 기부천사 ‘노고록 아저씨’를 아시나요?

제주 ‘노고록 아저씨’ 25년째 명절마다 선행
올 추석에도 제주 방언 메모와 10㎏ 쌀 100포대 기탁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1999년부터 올해까지 25년째 매년 설과 추석, 연말에 쌀을 기부해온 제주 서귀포의 ‘노고록 아저씨’(익명 기부자)가 이번 추석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찾았다.

제주 서귀포시는 10일 노고록 아저씨의 메모와 함께 10㎏ 쌀 100포대가 서홍동 주민센터에 기탁됐다고 13일 밝혔다.

‘노고록 아저씨’란 이름은 익명의 기부자가 쌀을 전달할 때마다 ‘노고록’이란 단어가 들어간 메모를 함께 보내면서 붙은 별명이다. 노고록은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25년간 매 명절마다 서홍동 주민센터에 쌀을 기부하는 노고록 아저씨는 이번 메모엔 ‘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왐수다, 모랑헌밥 해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더위가 심했지만 추석은 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럽고 맛난 밥 해서 잡수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라고 적었다.

배달업체를 통해 익명으로 쌀을 전달받은 서홍동 주민센터는 쌀 100포대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희경 서귀포 서홍동장은 “노고록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노고록 아저씨는 2년 전 서귀포시청 직원과의 만남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수년간 기부하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31세에 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지만 주변의 걱정과 위로 덕에 건강을 지키고 있으며 기부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노고록 아저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그마한 정성을 하는데 꼭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조용히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기부문화 확산과 함께 서로 더불어 살며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