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경선규칙 ‘분열’, 보수는 추진기구 ‘통합’…달아오르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이우연 기자 2024. 9. 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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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승강장 스크린 도어에 선관위 관계자들이 오는 10월 16일 실시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 일부 후보가 단일화 기구 이탈을 예고했다. 경선 규칙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흩어져 있던 후보 단일화 추진 기구를 하나로 통합했다. 13일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 5명은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 이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들을 비롯해 8명의 후보는 일찌감치 추진위 내에서 단일화 경선 규칙을 논의해왔다. 추진위는 지난 6일 경선 규칙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선거인단 구성 및 투표 방식, 선거인단 투표(1차)와 여론조사(2차) 반영 비율을 놓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발표가 계속 미뤄졌다.

추진위는 각 후보 캠프가 제한 없이 선거인단을 모집하되 조직력이 약한 신인에게도 표를 분산시키기 위해 1인 2표제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1, 2차 투표는 5대5로 투표하자고 제시했다. 이에 후보 5명은 선거인단의 제한이 없을 경우 조직이 있는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각 후보 캠프가 동수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1인 4표제를 시행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추진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이들은 이탈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5인 경선 후보는 당초 8인 후보가 합의했던 (선거인단 1인 4표제) 1단계 방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추진위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후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후보 단일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고 했다.

김용서 위원장 캠프는 선거인단 1인 4표제에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용서 후보 쪽은 1단계 방안에 합의한 바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 쪽은 선거인단 1인 1표제를 주장했으나 추진위 중재로 1인 2표제까지는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후보 전원이 합의되지 않은 1인 4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서울혁신교육을 위한 시민 열망에 대한 명분이 아니며 각 후보 간 유불리의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추진위는 최대 24일까지 경선 과정을 마치고 단일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추진위원으로 가입하고 1만원의 회비를 납부한 사람 중 만 14살 이상 서울 거주 시민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12년 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출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곽 후보의 추징금 미납 및 예비후보자 기탁금 납부 등 일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행위가 지속한다면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매도되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곽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 명예교수도 “곽 후보의 문제가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진보 진영 후보 간 토론을 통해 연대와 협력을 끌어내자”고 말했다.

반면 곽 전 교육감은 “여론조사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저는 국정원의 공작 대상이었으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사실관계는 왜곡되고 법원 판결 이전에 여론 재판을 당했다”며 “어떤 부당한 압력과 정치 개입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2010년 당선 뒤 선거 보전금으로 받은 35억원 가운데 법원 판결에 따른 약 30억원을 반납하지 않은 채 출마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해 “평생을 갚아서, 평생 노력을 해야죠”라면서도 “엄청나게 억울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중앙대 교수도 선거에 뛰어들었다. 방 교수는 이날 출마선언을 하며 “윤석열 정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는 윤석열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심판하는 선거일 수 밖에 없다”며 “반드시 하나로 뭉쳐 승리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 진영은 교육감 단일화 기구 통합을 선언했다. ‘서울시교육감 보수후보 단일화 선정 관리위원회’(관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금일 시민단체 대표(전 시의원), 교육계 대표(전 교장단·교사, 학부모) 등은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통대위)와 함께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하였다”며 “단일화 일정, 방법은 추후 논의키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3번의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해 조희연 전 교육감에게 자리를 내준 보수 진영은 단일화된 후보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홍후조 고려대 교수,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이 이날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조 전 의원과 안 전 회장은 이날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이뤄내고 여론조사 이전에 담판을 통해 단일화한다는데 합의했다. 앞서 지난 12일 조 전 의원과 홍 교수는 상호 비방 금지, 여론조사 100% 경선, 경선 상대 공약 반영, 결과 승복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통대위는 오는 19일∼21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24일 최다 득표자를 단일 후보로 결정한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오는 26∼27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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