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보며 사랑 공부?...다 가진 신예 발레리노 전민철의 고민은 [인터뷰]
사랑·배신 다루는 ‘라 바야데르’ UBC서
스무살의 인생 경험으로 그리는 솔로르役
뛰어난 피지컬에 실력과 열정까지 겸비
한국 막장드라마 보며 감정 공부하기도
“발레엔 ‘완벽’ 없어...평생의 숙제
계속 갈고닦아 세계적 인정 받겠다“
전민철은 184cm의 큰 키와 긴 팔다리로 그려내는 유려한 춤선, 깔끔한 기교, 아이돌 스타 같은 외모 등으로 이미 발레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발레축제 무대를 시작으로 올 여름 대형 극장의 발레 갈라쇼에 잇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도 일찌감치 그에게 눈도장을 찍고 객원무용수로 섭외했다. 아직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신분이지만,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클래식 파드되 부문 1위에 오른 후 빠르게 성장했다.
7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했던 과거도 화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 역할을 뽑는 오디션에서 최종 후보로 출연했지만, 키가 커서 탈락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시 13살 소년은 아버지가 ‘남자 무용수’의 꿈을 반대해도 “춤 출 때 가장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전민철은 “다시 방송을 보니 부끄럽더라”면서도 “그 시절이 아니었다면 지금 발레를 안 하고 있었을 것 같다. 빌리 엘리어트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선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돌아봤다. 또 “부모님께서도 그 이후로 많이 지원해주셨다”며 “큰 키 등의 신체 조건은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사 역할인 솔로르는 무희 니키야를 사랑하지만 공주 감자티와 결혼하는, 얽힌 관계의 중심에 있다. 전민철은 27~29일 열리는 총 5회차 공연 중 마지막 회차에서 유니버설 솔리스트 이유림(니키타 역), 수석무용수 홍향기(감자티 역)와 합을 맞춘다. 나머지 공연엔 발레단 간판 무용수들이 대거 나오고, 10월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마린스키 수석 무용수이자 그의 롤모델인 김기민도 출연한다. 전민철은 부담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지금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최대한으로 노력해 펼쳐보이겠다”고 했다. 특히 “김기민 무용수는 이 역할로 이미 높은 평가를 많이 받은 무용수라 완벽한 솔로를 보여주겠지만, 기민이 형에게도 처음이 있었을테니까요. (관객들께서도) 그런 첫 발걸음을 기대하고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스무 살 민철에겐 아직 어려운 숙제다. 특히 1막 중 니키야와 솔로르가 오랜만에 만나서 춤 추는 장면엔 사랑의 달콤함과 오랜 그리움, 들켜선 안된다는 비밀스러움과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복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는 “리허설 중 일차원적인 행복을 표현했더니, 단장님과 지도위원께서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해달라고 하셨다.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발레뿐인 일상 속에서 그는 ‘부부의 세계’ 같은 ‘막장’ 드라마를 보며 간접 경험을 늘리는 중이란다. “숨겨둔 사랑을 들킬 때 남자 주인공의 연기 같은 걸 참고하고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요즘 더 크게 다가오는데, 계속 경험이 쌓이면 또 새로운 춤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요.”
전민철에게 애증의 대상은 지금까지 발레 또 발레였다. 선화예중에 편입 입학하며 뒤늦게 발레 교육을 받게 되면서는 남과 자기 실력을 비교하며 슬럼프도 겪었다. 그러다 중3 때 미국 YAGP 주니어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들어 가능성을 확인받고 또래들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게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발레는 ‘100% 완벽’을 말하기 어려운 예술”이라며 “내 장단점을 어떻게 계속 발전시킬지, 계속 노력해야 할 인생의 숙제”라고 표현했다. “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드라마 발레 ‘지젤’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으며 “꼭 공연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막 발레를 보면서 많이 우는 편이거든요. 평소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아닌데, 발레 공연을 볼 때는 예외예요. 스토리 구성과 연기력이 들어있는 정통 발레가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클래식 발레에서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국제적인 발레 세계에서 인정받는 무용수로 거듭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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