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로타워·에어로 캣···'융합가전'에 더 힘주는 LG

허진 기자 2024. 9. 13. 1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이드로타워' 2세대 개발 착수
'에어로 캣'도 美·英언론서 호평
中공세 속 시장 창출해 수요선점
세계평균 2배 달하는 성적 올려
LG전자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24’에서 첫 선을 보인 ‘에어로 캣’.사진=LG전자
[서울경제]

가전 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상황에서 LG전자가 특유의 ‘융합 DNA’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의 얼굴 마담으로 전에 없던 융합 가전을 내놓는가 하면 반응 좋은 제품의 경우 빠르게 차세대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식이다. LG전자는 중국 업계의 추격을 뿌리치는 한편 고부가 가전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이종 가전들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하는 전략에 집중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 평균을 넘어서는 높은 가전 사업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하이드로타워’ 2세대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첫 제품이 5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자 용량과 기능을 높인 차세대 제품으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업계 최초로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기능을 동시에 탑재한 새로운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달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도 LG전자는 융합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행사를 통해 최초 공개된 ‘에어로 캣’은 공기청정기를 기본으로 하되 제품 상단에 고양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추가됐다.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고양이를 감지하면 온열 기능이 작동되며 고양이 몸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도 들어갔다. 에어로 캣은 스마트홈 앱과 연동돼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이상 상황을 감지해 현장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리셔스’는 이 제품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하며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융합 가전은 LG전자의 오랜 DNA이기도 하다. 세탁 가전 영역에서 표준이 된 워시타워, 나아가 한 기기에서 세탁과 건조를 모두 처리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모두 LG전자 제품이 원조다. 이뿐만이 아니다. 냉난방, 가습·제습, 공기청정 등 기능을 모두 합친 프리미엄 에어컨 ‘시그니처 에어컨’, 공기청정기에 탁자, 스마트폰 충전 기능을 합친 ‘에어로퍼니처’ 등 최초를 내건 신가전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LG전자가 더 공격적으로 다양한 조합의 혁신을 내놓고 있는 데는 저성장 국면을 맞은 글로벌 가전 산업의 여파가 크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전 교체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가전 교체 주기까지 대폭 늘어나며 글로벌 가전 시장은 한동안 저성장세가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세계 가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8%로 전망된다. 2020년 연평균 성장률이 8.5%, 2021년은 8.1%였다.

LG전자는 융합 가전 전략에 힘입어 10%대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융합 가전의 간판 격인 세탁·건조기 영역에서 올인원 세탁건조기와 워시타워가 전체 판매 대수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최근 4년간 매출 성장률은 11.3%에 이른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는 최근 IFA 2024 기자간담회에서 “가전은 성숙 사업이기에 별로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여러 전략을 통해 1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평가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가 이달 6일(현지 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사업 전략을 밝히고 있다.사진 제공=LG전자

성능만 높이는 전략을 가지고는 중국 업계를 견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예컨대 TV 시장에서 중국 업계는 출발이 늦었지만 현재는 국내 업계 경쟁력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광활한 내수 시장과 인해전술이라는 기반 덕분이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DSCC는 중국의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2028년께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플렉시블 OLED 생산 능력 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로봇청소기, 피트니스 가전 등 특정 영역의 제품군은 중국이 오히려 한국을 크게 따돌렸다. 속도와 성능을 앞세워서는 언제까지나 중국을 따돌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가전 영역에서는 물량과 정부 보조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이 쫓아오는 만큼 한국 기업들로서는 전에 없던 가전을 만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