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도‘공홈’ 구매 어때요?
최근 골프용품 브랜드들이 공식 홈페이지에 자사 몰을 구축하며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 전략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과연 골프용품 브랜드들의 D2C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골프웨어 업계가 D2C 비즈니스를 공격적으로 펼치는 데 반해 골프용품 브랜드들은 D2C 비즈니스에 아직 소극적이다.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는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이미 4~5년 전부터 자사 몰을 운영해오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강화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 골프용품 유통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골프용품 전문 유통사가 제품을 대량 매입해 판매하거나 위탁판매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거래처인 유통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사 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브랜드 공홈 구매율이 조금씩 증가세에 있고 최근 티메프 사태로 인해 공홈의 선호도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에는 던롭스포츠코리아와 PXG를 전개하는 로저나인까지 자사 몰을 오픈해 골프용품 브랜드들의 D2C 비즈니스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월 던롭, PXG도 자사 몰 오픈
던롭 자사 몰에서는 젝시오, 스릭슨, 클리브랜드골프의 클럽과 볼, 용품뿐 아니라 왼손 클럽과 중고 클럽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몰에서 골퍼들의 눈길을 끈 부분은 프리3(Free3) 서비스다. 무료 배송, 무료 시타, 무료 교환 서비스를 통해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던롭스포츠 관계자는 “고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공식 자사 몰을 오픈했다. 소비자 관점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강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PXG, 부쉬넬 등을 전개하는 로저나인 역시 7월에 브랜드 통합몰 골프넛츠(Golf Nuts)를 오픈했다. ‘골프광’을 일컫는 골프넛츠에서는 PXG를 비롯해 거리측정기 브랜드 부쉬넬, 보스골프까지 총 3개 브랜드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PXG 박수현 마케팅 팀장은 “개별 홈페이지로 운영되던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골프넛츠를 오픈했다. 현재로서는 타사 브랜드까지 확장해 입점시킬 계획은 없고, 기존 브랜드들의 소식과 이벤트 프로모션, 골프와 관련된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D2C 비즈니스, 가격경쟁에서 밀려 실패할 수도
D2C를 한다고 해서 모든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사 몰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에 나섰지만 처절한 가격경쟁의 쓴맛을 보거나 전담 인력과 비용 등 지출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실패하는 기업도 많다.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D2C 역시 실패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나이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2020년부터 일찌감치 D2C 비즈니스를 강화했다. 도·소매 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의 계약까지 중단하며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해당 전략은 2022년까지만 해도 D2C 성공 사례로 꼽히며 많은 기업들이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그 요인 중 하나로 D2C로의 급격한 전향이 꼽힌다. D2C의 영향으로 오히려 주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이키 제품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과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경쟁 업체인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에게 도·소매점 추가 진출 기회를 줬고 온러닝, 호카 등 신생 브랜드들의 론칭까지 도와주는 꼴이 됐다는 분석이다.
골프용품 전문 유통사 관계자는 “자사 몰 운영을 위해서는 인력 인프라와 고객관리 CS까지 많은 비용이 든다. 여기에 자사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3PL(Third Party Logistics, 제3자 물류로 재고 관리, 주문 이행 및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대행업체를 쓰게 되면 자사 몰에서는 제품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유통 전문 플랫폼에서는 골프채를 대부분 공식 소비자가가 아닌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된다. 자연히 공홈의 제품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골프용품 브랜드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골프용품 유통의 특수성 때문에 브랜드들의 자사 몰은 현재 판매 수익을 높이기보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쿠쉬네트코리아의 김현준 마케팅 팀장은 “자사의 공홈은 수익 창출보다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개념이 강하다. 타이틀리스트는 할인이나 쿠폰 서비스, 적립 등을 진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마니아 고객층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전달하고 커스텀 볼 서비스, 스페셜 에디션 등 특별한 제품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올해 타이틀리스트 D2C 매출은 전년대비 약 10%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자사 몰을 운영해온 테일러메이드 역시 기성 제품과 함께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는 “자사 몰에서는 한정판 클럽과 볼, 액세서리 등이 인기가 높다. 특히 주문 제작 방식으로 진행되는 마이 테일러메이드 라인은 고객이 클럽의 모든 옵션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골프용품 브랜드들의 자사 몰 매출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전체 매출의 3~5% 정도로 아직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식 유통사가 아닌 오픈마켓에는 짝퉁 제품이 많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정품 보증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제품이나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홈은 신속한 고객 응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판매 채널보다 가격적인 부분의 혜택이 적더라도 공홈에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PXG 박 팀장은 “불안정한 병행 제품 및 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방어 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공홈처럼 믿을 수 있는 플랫폼에서 정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한 번의 쇼핑도 확실한 루트로 안정적으로 구매하려는 경향이 깊다. 또한 공홈에서 제품 구매 시 확실한 AS 및 구매 이력을 토대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선호하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제 D2C 비즈니스는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판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비즈니스 형태라 할 수 있다. 골프용품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문 유통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D2C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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