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만에 5년형 누명 벗고 아버지 없이 살아온 세월 판사님이 위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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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여수순천10·19사건) 희생자 재심에서 12일 무죄판결이 나오자 고 김용덕씨의 유족인 아들 김승일씨는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유족 등 청구인들도 재판장이 '무죄'라고 하자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일제히 박수로 화답하며 재판부에 경의를 표했다.
유족들은 무죄 판결 직후 법정을 빠져나가던 광주지검 순천지청 이강천 검사에게도 예를 갖췄고 이 검사도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유족들을 예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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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위로"
"이 판결이 국가권력에 희생된 피고인들 명예회복과 실질적 권리구제에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진심으로 바라"
"76년 만에 5년형 누명을 벗었고 아버지 없이 살아온 세월을 오늘 무죄판결로 판사님이 위로해줬습니다"
여순사건(여수순천10·19사건) 희생자 재심에서 12일 무죄판결이 나오자 고 김용덕씨의 유족인 아들 김승일씨는 이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유족 등 청구인들도 재판장이 '무죄'라고 하자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일제히 박수로 화답하며 재판부에 경의를 표했다.
유족들은 무죄 판결 직후 법정을 빠져나가던 광주지검 순천지청 이강천 검사에게도 예를 갖췄고 이 검사도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유족들을 예우했다.
앞서 이 검사는 법정에서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체포·구금 일시와 판결 사이에 1년 4개월의 시간 간격이 있는 데, 이 기간 동안 체포·구금됐다고 볼 수 없다"며 "체포·구금 이후 석방됐다가 적법하게 판결을 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이번 재심 무죄판결을 받아낸 서희원 변호사는 "체포돼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1년 4개월은 불법 체포 기간"이라고 반박했다.
심리를 맡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법관 김용규 서승범 이지혜)는 판결 직전까지 막판 진통을 겪었다.
재판장인 김용규 부장판사는 "재판부 합의를 위해 오전 11시 28분~30분까지 3분간 휴정하겠다"며 동료 판사들과 잠시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가 다시 법정에 들어온 이후 이 검사가 "희생자 유족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한다"며 실제로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유족들은 순간 숙연해졌다.
이 검사는 구형을 하며 여순사건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적용됐던 고 김용덕씨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금고 3년을 선고하고 포고령제2호 위반죄가 적용됐던 고 김원식·김한동·박회순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4명 전체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무죄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원이 이미 재심 개시 결정에서 인정한 것 같이 1948년 10월 27일경 불법적으로 연행됐고 이와 같이 위법한 체포 구속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순사건 당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이들을 체포·구금했다고 추단할 수 없습니다. 위법한 체포에 따른 진술 등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88년 정부 허가없이 북한에 다녀와 국가보안법 위반 죄로 옥고를 치렀던 서경원 전 국회의원(현 5·18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장)도 법정에 나와 유족들과 함께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고인들에게 적용됐던 법의 허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사건 포고령2호는 그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된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법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김 부장 판사가 "재판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하자 방청석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여순사건 발발직후 불법적으로 연행됐고 남은 가족들은 생사조차 알지 못하다가 반세기가 지난 이후에야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6·25 발발직후 불법적으로 집단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 사건 재심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 청구인들의 유족 등이 평생동안 겪었을 고통을 재판부로서는 가늠하기가 어려우며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 부장판사는 희생자 4명 모두에게 "무죄"라고 밝힌 이후에도 추가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이 판결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피고인들의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권리구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것으로 오늘 선고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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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고영호 기자 news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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