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목 잡는 경제단체 왜?[오늘을 생각한다]

2024. 9.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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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행보에 의구심이 든다. 한경협은 요즘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하는 근원적 노력에 관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며 기업가치의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가 업종과 규모가 비슷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현상이다. 그 원인으로는 주주환원 정책의 불투명성, 기업지배구조의 불건전성 등이 꼽힌다. 한국 주식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타파하고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의 ‘밸류업(value-up)’ 정책을 참고한 것으로, 일본 개선 정책의 핵심은 ‘투자자 소통 강화’다. 일본 정부는 금융과 기업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때 경제성장이 가능하고, 해외 금융기관의 안정적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대전제하에 거버넌스 개혁을 장기간 탄탄하게 추진했다. 이를 토대로 작년 3월 시행한 밸류업 정책이 가시적인 증시 성장세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우리 금융위원회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발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다. 정책 실패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유인책으로 자발적인 공시를 유도할 뿐 기업지배구조의 불건전성을 해소할 근본적인 법적 개선안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의 역할은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텐데, 이들의 주장은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 주식시장을 밸류업하고, 한국 산업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선명하다. 가야 할 길에 발목을 잡는 주체가 경제단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주주환원 정책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공시제도의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효과적인 제재수단을 갖춰야 한다. 우리 정부는 언제부터 ESG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를 시행할지 등 주요 방향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한국회계기준원을 통해 그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8월 말 이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하며, 현재 나온 초안이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으며, 국내 의무화 시점은 2029년부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단체의 역할은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텐데, 이들의 주장은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5%, 국내 투자자의 85%가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 초안에 동의했다. 한국 주식시장을 밸류업하고, 한국 산업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선명하다. 가야 할 길에 발목을 잡는 주체가 경제단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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