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66만원 넘었다… MBK 공개매수가 올리나

오귀환 기자 2024. 9.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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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관철하려면 인상 불가피
최소 지분율만 확보 시 자금 충분
한국앤컴퍼니 때도 한 차례 인상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이 기사는 2024년 9월 13일 15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주가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아지면서,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인수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선 절차가 복잡한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만원(11.78%) 오른 6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날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보다 6000원 높은 금액이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이번 거래를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 시도처럼 계획이 또다시 무산되면, 연이은 실패로 PEF 운용사로서의 평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개매수가 인상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가격을 설정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들 역시 공개매수가 인상을 점치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인터넷 종목토론방에서 “MBK 입장에서 2연패는 치욕이고, 여론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투자자 역시 “MBK가 공개매수가 20%는 올릴 것”이라며 “무조건 홀딩(보유)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만약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이 목표한 공개매수 지분 중 최소치(약 7%)만 우선 확보하고자 한다면, 공개매수가 인상 여력이 있다. 지분을 덜 사면 그만큼 더 비싸게 사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8조원 규모의 ‘6호 바이아웃 펀드’를 활용한다. 통상 한 펀드 내에서 단일 투자 규모를 최대 25%로 제한하는 것을 감안하면, 2조원까진 투입할 여력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 시도 당시 2조1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활용했는데, 당시 투자 상한선이 전체 펀드 규모의 4분의 1 수준인 5600억원이라 밝힌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첫 공개매수가로 직전 거래일보다 20% 높은 2만원을 제시했으나, 주가가 오르며 패색이 짙어지자 공개매수가를 2만4000원까지 인상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이 공개매수로 최소 지분율만 확보해도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로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공개매수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주가가 공개매수가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IB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 지분율만 확보해도 주총에서 싸워볼 수 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라면서도 “주가가 계속 공개매수가 위에서 놀 경우,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은 내달 4일까지 전체 고려아연 발행 주식 중 최소 6.98%에서 최대 14.61%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의결권이 있는 고려아연 지분 52%를 확보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총투입자금은 최소 9537억원에서 최대 1조9964억원에 달한다. 최소 지분율은 최 회장 측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도 절반을 넘길 수 없는 수치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고려아연 지분은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측이 33.13%, 최 회장 측이 33.26%다. 국민연금도 지분 7.57%를 보유하고 있다. 잔여 유통 물량이 22.92%인 것을 감안하면, 장 고문 측이 7%만 확보해도 최 회장 측은 절반을 넘길 수 없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1949년 장병희, 최기호 두 기업인이 영풍기업사를 함께 창업한 뒤 70년 넘게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영풍은 장씨 일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맡는다는 전통을 유지했다. 2022년 말 최 회장이 취임한 후 회사 운영 방향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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