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IT동아] 위드인넷 “실감형 체험 콘텐츠 ‘팁스비’로 글로벌 교육 격차 해소”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성수·창동·동작에 창업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이에 본지는 SBA와 공동으로 2024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사람의 인지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가정 배경에 따른 연령별 아동기 인지능력 격차는 3세 때부터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7세에는 크게 벌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후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고착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 제작에 나선 에듀테크(EdTech) 스타트업이 있다. 위드인넷이다.
위드인넷의 ‘팁스비(Tipsbee)’는 별도의 장비 없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반 체험 학습 콘텐츠다. 김재윤 위드인넷 대표는 “저소득층이나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팁스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가상현실 콘텐츠는 메타의 퀘스트, 애플의 비전 프로처럼 머리에 쓰는 헤드셋 형태 기기나 전용 센서를 활용한다. 가상현실 속 사물이 손동작에 반응해 실감 나는 체험을 가능케 하지만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도입 장벽이 된다.
팁스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현실 헤드셋 대신 이미 교육 현장에 흔히 있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노트북에 기본으로 탑재된 웹캠으로 손동작을 가상현실 속에 재현하는 핸드 트래킹(Hand Tracking)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노트북 앞에서 손을 움직이면서 화면 속 블록을 조립하거나, 동물이나 행성을 360도 회전하고 확대하며 관찰할 수 있다.
현재 팁스비에는 가상현실 속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콘텐츠, 칠교놀이, 동물원, 인체 공부 등을 포함해 총 7종류 19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으며 매달 1~2개씩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원래라면 교구를 사거나,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하거나,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학습 콘텐츠를 집이나 학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콘텐츠 제작의 기준이다.
팁스비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아닌 설치형 소프트웨어로 팁스비를 만든 것 또한 접근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는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곳도 많기 때문이다.
김재윤 대표는 원래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물류 전문가다. 1999년 대학 졸업 후 해운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국어 변환 솔루션을 탑재한 글로벌 무역 플랫폼인 ‘네고뱅크’ 창업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UPS 코리아, 삼성 SDS에 근무하며 해외 40개국을 방문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20년에는 물류장비 예지보전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재창업하고, 시제품까지 완성했지만 제품 양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IoT 기능 구현을 위해 개발한 기판을 코딩 교육을 위한 교구로 활용하는 과감한 사업 모델 전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물리적 교구 또한 비용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더욱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교육 콘텐츠로 다시 한번 전환을 꾀한 결과가 팁스비다. 물류 업체 근무 당시 해외 생활을 하며 제3세계 국가나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접하며 교육 접근성 문제를 절감한 경험도 이런 결정의 배경이 됐다.
세계적인 교육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는 게 팁스비의 개발 목적이었던 만큼 김재윤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에 중점을 뒀다. 현재는 6개 국어를 지원하지만 다음 달에는 총 30개로 지원 언어 숫자를 늘릴 예정이다. 김재윤 대표는 “30개 언어가 통용되는 전 세계 130개 국가의 19세 이하 어린이 20억 명이 팁스비를 모국어로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페인, 이태리, 리투아니아, 중국, 일본등에서 현지 업체와 팁스비 도입을 위한 시범 운영과 협의 또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위드인넷의 콘텐츠를 여러 곳에서 눈여겨본다. 위드인넷은 서울시가 마곡나루에 운영 중인 미래기술 교육 체험관인 ‘서울 퓨처랩 4.0’에 디지털트윈 기반 자동차 조립 및 자율주행 코딩 체험 콘텐츠 등을 개발해 공급하기도 했다. 강남 미래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미래 화성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봇 택시 체험 콘텐츠도 위드인넷의 손끝에 탄생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 진로체험박람회, 울산 소재 중고등학교, 유니스트, 위덕대, 동국대 등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체험 교육을 운영했다. 김재윤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협업이 성사된 사례들”이라고 설명했다.
팁스비는 내달 언어 지원 확대와 함께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개인에게는 월 10달러(국내 1만 원), 학교나 교육 기관에는 월 100달러(국내 10만 원)을 부과하는 요금 정책을 세웠다. 제3세계 국가나 저소득 국가는 구매력 또한 약한 만큼 직접 판매보다는 해당 국가에서 어린이 대상 교육 사업을 펼치는 국제기구, 봉사단체, 재단과 손을 잡을 계획이다.
서울경제진흥원(SBA)도 위드인넷 성장을 돕는다. 서울창업허브 동작에 입주한 위드인넷은 SBA로부터 홍보 자료 제작부터 전문가 초빙 강연까지 많은 지원과 교육을 제공받았다. 김재윤 대표는 “해외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의 교육이나 IR 대회 등을 통해서 투자 유치 관련된 조언을 받은 게 특히 도움이 됐다. 조언을 바탕으로 프리A 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 중인 IR 자료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윤 대표는 마지막으로 미국의 제트스페이스(zSpace)와 같은 세계적인 실감형 콘텐츠 기반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밝혔다. 그는 “위드인넷의 목표는 앞으로 전 세계 초등학교에 최소한 한 곳 이상의 팁스비 체험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앞으로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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