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랑헌 밥 잡수시고...” 제주 ‘노고록 아저씨’ 쌀 100포대 기부
1999년부터 26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하며 이른바 ‘노고록 아저씨’로 불리는 제주의 한 익명 독지가가 이번 추석에도 300만원 상당의 쌀 100포대를 기부했다.
13일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에 따르면, 지난 10일 10㎏들이 쌀 100포대가 서홍동 주민센터에 기탁됐다.
기부자는 제주 방언으로 ‘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왐수다, 모랑헌 밥 해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라는 메모를 남겼다. ‘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럽고 맛난 밥 해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라는 뜻이다.
‘노고록 아저씨’는 지난 26년 동안 매년 설, 추석, 연말 세 차례 쌀을 기부하는 익명의 독지가다. 이번에도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배달업체를 통해 쌀과 함께 이런 메모를 보내왔다.
‘노고록 아저씨’라는 이름은 그가 쌀을 기부할 때마다 ‘노고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모를 함께 보내오면서 붙은 별명이다. 2009년 12월 발간된 제주어사전에서 ‘노고록하다’를 찾아보면 “사람의 성질이나 물건 따위가 여유롭다”는 뜻풀이가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홈페이지에 올려둔 제주어사전에서는 ‘오북하게, 마음 놓고 편안히’라고 뜻을 푼다.
‘노고록 아저씨’는 올해 설에는 ‘살암시난 혼 해가 가수다. 명절은 돌아오고 노고록하게 잘 보냅써(살다 보니 한해가 갔습니다. 돌아온 명절 여유롭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연말엔 ‘어두왁 볼각 살암시난 혼 해가 감수다. 새해는 더 노고록헙써(어둡고 힘들어도 살다보니 한해가 갔습니다. 새해에는 더 여유가 충만해지시길 바랍니다)’란 메모를 쌀과 함께 보내왔다.
기탁된 쌀은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오희경 서홍동장은 “기탁자의 따뜻한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나눔 문화가 서홍동 전역으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주민센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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