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투어 1번지 ‘서울 명동’, 손님맞이 채비 걱정 없어요”

서울앤 2024. 9. 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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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동을 명동답게 만드는 건 ‘거리가게’상인 위생 복장 ‘일원화’ 등 꼼꼼한 관리가 브랜드로 부상

[서울&] [커버스토리] 지난해 10월부터 매장 가격표시제 시행으로 단속 병행

착한가격업소 지원 조례 제정저렴한 가격 유도 노력무단 도로점용 행위 단속 위해특사경도 최근 배치

한동안 코로나19로 텅 비었던 명동 거리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되찾았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명동은 특히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거리가게와 다양한 옷, 패션, 화장품 등을 살 수 있는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인정받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입는 것, 꾸미는 것을 넘어 먹는 것도 명동”. ‘케이(K)-투어’ 1번지 명동으로 세계인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1년(2023년 8월~2024년 7월)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약 1470만 명에 이른다. 이보다 1년 전 760만 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기간 1676만 명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관광객들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에펠탑이듯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 제1의 랜드마크다. 부가세가 포함된 물품을 구입한 외국인에게 세금을 돌려주는 세금환급(택스리펀드) 업계에 따르면 올해 5~7월 서울 지역 주요 상권별 세금환급액은 명동 1490억원, 홍대 825억원, 한남·이태원 237억원 등으로 명동의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명동관광특구의 건물주와 상인들이 구성한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박수돈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일본 위주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으나 K팝, 드라마, 영화에 더해 음식의 매력까지 미디어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지금은 훨씬 다양한 나라들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명동은 길 건너 대형 백화점과 함께 의류, 패션, 화장품 등 외국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인기 높은 매장 등 쇼핑의 천국이다. 최근에는 무신사, 애플스토어 같은 브랜드 매장까지 들어섰다.

하지만 매장이 아니면서도 명동을 명동답게 만드는 명물이 있다. 바로 ‘거리가게’다. 거리가게는 오후 4시 무렵부터 손님맞이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어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화장품과 옷가지 등 매장에서 쇼핑한 가방을 잔뜩 든 채 거리가게로 몰려든다. 김밥, 호떡, 닭강정, 회오리감자 등을 먹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으로 남기기에 바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에 몰리는 건 남산, 청계천, 광화문, 인사동, 익선동 등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와 인접해 있고 쇼핑과 호텔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비결이 있다. 바로 거리가 깨끗한 점이다. 많은 관광객이 길거리음식을 먹는데도 쓰레기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명동관광특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하루 25t으로 엄청난 양이다.

특구협의회 박 사무국장은 “거리음식을 먹으면 나무막대, 컵, 종이 등 쓰레기가 남게 마련인데 이걸 어떤 가게서든 받아주는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거리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버려드립니다’라는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종량제 봉투도 비치해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에서 여행 온 마리아 폴라 메지아 루 알레스(21)는 “거리가게들이 내가 들고 있던 쓰레기를 받아줘 거리가 깨끗했다”고 말했다. 체코에서 온 시몬(19)도 “친구들과 함께 거리가게 음식도 맛보고 쇼핑도 하러 명동에 왔는데 길거리음식과 관광객이 많은데도 기대 이상으로 명동은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은 구청대로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명동상인회, 거리가게, 명동관광특구협의회와 함께 펼치는 대청소, 쓰레기 받아주기 운동 덕분이기도 하지만 구청 청소인력 증가, 야간과 주말 쓰레기 단속, 수거 횟수 증가로 청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거리가게 상인들의 위생 복장도 명동특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상인들은 구청 주도로 위생모·마스크·장갑 등 통일된 복장을 착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명동 먹거리’라는 인식을 관광객에게 심고 있다. 명동거리가 깨끗하게 관리되는 일종의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 중이다. 거리가게 상인들은 정기적으로 보건증을 구청에 제출하고 위생점검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거리가게 상인들은 운영 규정, 식품위생 관리, 적정가격 책정법, 고객 응대 기술,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 교육도 구청으로부터 받는다.

구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광객들의 가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명동 상권과 지하상가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이를 어기는 매장에는 최대 1천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거리가게에서도 카드결제가 가능해졌다. 구는 ‘착한가격업소 지원 조례’를 제정해 동종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등 우수 소매업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붕어빵·어묵·오징어구이 등 거리가게의 인기 메뉴 10개 판매가격에 대해 ‘월별 모니터링’까지 시행하고 있다.

소매치기를 걱정해 배낭을 앞으로 메고 두 손으로 감싸쥐며 앞뒤를 살펴야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명동은 대표적인 밀집지역인데도 외국인들이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거리다. 스페인에서 온 로레아(27)는 “한국은 정말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명동 거리도 한국인들이 규칙을 존중하기 때문에 안전한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손준만 서울 남대문경찰서 명동파출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폭행이나 도난을 당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분실물 때문에 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정도” 라고 밝혔다.

구는 안전을 위해 시설이 밀집해 있고 낡은 건물과 좁은 골목, 얼기설기 이어져 있는 전깃줄과 통신선으로 인한 화재 방지 목적으로 분전함 4곳을 신형으로 최근 교체하기도 했다. 또 음식물 취급 매대 259곳 중 열기구 사용 매대 220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빗물유입 방지 콘센트와 누전차단용 릴선도 사용하도록 해 화재예방을 강화하고 있다.구는 지난 6월 중부소방서, 거리가게 상인들과 함께 소방출동로 확보 훈련도 해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구는 거리에서 보행자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무단 도로점용 행위에 대해 단속 권한을 가진 특별사법경찰(특사경)도 최근 배치해 불법 거리가게를 정비해나가고 있다.

명동은 수많은 인파와 차가 뒤엉키는 구역이 있어 교통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명동길과 명동 4, 6, 7, 8, 10길은 매일 10시부터 23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중구 문화관광과는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목시서울명동 호텔에서 방탄소년단(BTS) 정국 사진전시회가 열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명동과 정동 일대 도보관광 1시간 코스를 마련하고 복합문화공간 명동아트브리즈에서는 명상, K팝 댄스 배우기 등 문화체험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77%가 찾아오는 1번지에 걸맞게 우리 중구는 명동을 더 빛나게 할 ‘명동스퀘어 비전’을 발표하고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문화관광 주무부처는 물론 서울시와 인접 자치구, 지역 상인과 주민들과 긴밀히 협업해 외국인 관광객 손님맞이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진심을 보여왔던 ‘손님맞이’를 위해 명동관광특구 사람들의 열정 넘치는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글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사진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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