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인 줄”…‘하얏트호텔 점거 난동’ 조폭들의 황당 변명

수노아파 조직원들, 투자 손실 이유로 3박4일간 호텔 점거
법원, 주범 및 조직원들에 실형·집행유예 선고…“이쪽과 절연하길”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2020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 소속 조직원들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2023년 6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0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투자 손실을 이유로 난동을 부렸던 조직폭력배들이 각각 실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폭력행위처벌법상 단체 등 구성·활동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노아파 소속 윤아무개(52)씨와 최아무개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하위 조직원들에겐 징역 1년4~6개월의 실형 또는 징역 10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들에겐 보호관찰, 12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폭력치료 강의 이수를 함께 명령했다.

수노아파 조직원인 윤씨 등은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3박4일간 점거하고 직원들을 위협하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이 호텔 운영자인 배상윤 KH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는데, 윤씨가 앞서 배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재판부는 주범격인 윤씨 등에 대해 "범행 계획을 주도하고 그 실행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위세가 기대에 못 미치자 조직원들을 병풍서게 하고 후배들을 질책까지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이 범행으로 투자에 성공해 단기간 경제적 이익을 얻었음에도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탄했다.

상급자격 조직원들에 대해선 "선창, 호텔 예약·체크인을 담당하거나 후배 조직원들에게 연락했음에도 '단순 호캉스로 알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일부 피고인은 왜 동원됐는지 모르고 했던 걸로 보이지만 누범이었던 피고인들은 선처할래야 할 수가 없다"고 질책했다.

하위 조직원들에 대해선 "지시에 따른 것이지만, 범죄일 가능성을 예견하면서도 거칠고 무례한 처신 등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는 단체 활동을 했다"면서 "호텔 직원들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고 직원·손님들의 평온을 해쳤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사회 치안 수준에 불안을 갖게 하는 등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절대 범죄 근처에도 가지 말라", "이쪽과 절연하길 바란다", "국가의 감독을 받아 성실히 생활하라" 등의 당부를 남겼다.

한편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에서 결성된 폭력조직이다. 1990년대에 들어선 서울로 활동 반경을 넓혀 유흥업소 운영·건설사 철거 용역 등 사업에 주력했고, 2000년대에 들어선 전국 10대 조직으로 분류될만큼 세를 불렸다. 현재 수노아파에 소속된 조직원만 1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