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제이홉 10월 제대, 광주 양림동 추석 답사[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BTS멤버 지민,정국의 벽화가 있듯이, 광주광역시 양림예술마을 골목길 벽엔 제이홉의 초상이 크게 그려져 있다.
‘호비(아미들이 부르는 제이홉의 애칭)’는 연예병사가 아니라 훈련소 조교로서 힘든 군 생활을 FM(Field Manual) 대로 마치고, 오는 10월 중순 제대한다. 이번 추석 연휴 많은 K-팝 팬들의 양림동 순례가 예상된다.
꼭 BTS팬 아미(ARMY)가 아니라도, 양림동은 작은 마을에 가장 많은 매력을 모아놓은 곳이어서 추석연휴 여행지로 적합하다.
양림동(楊林洞)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볕 드는 숲’이라는 뜻의 예술마을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이 되는 구한말~일제침략기에 미주와 유럽의 선교사들이 터잡아 교육, 의료, 문화, 신앙의 밀알을 뿌린, 우리가 힘겨웠던 시절 ‘호남 선샤인’의 상징이다.
행정지명사 측면에선, 볕이 잘드는 양촌(楊村)과 버드나무 숲이 우거진 유림(柳林)이라는 두 자연 마을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선교사들이 이곳에 터잡은 이유는 아마도, 작고 귀여운 티티새가 호랑가시(예수가 형장에서 써야했던 가시관)에 찔린 뒤 그 피가 붉은 ‘사랑의 열매’를 맺게했다는 전설의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 호랑가시나무는 선교사들의 봉사활동 당시 300살이었고, 지금은 400살을 훌쩍 넘었다. 주지하다시피 호랑나무가시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상징이다.
근처에는 무등산 지산유원지길, 증심사길,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지사 선정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의재미술관, 동명동 문화예술거리, 남광주시장 등이 있다.
문화재로는 최승효가옥(광주민속자료), 우일선선교사사택(광주기념물), 양림동호랑가시나무(광주기념물), 이장우가옥(광주민속자료), 양림산 꼭대기 23인의 선교사 묘지 등이 이 작은 마을에 착상해 있다.
서양 선교사의 아름다운 사택, 아름드리 미국 나무들이 있고, 수피아여중고, 광주기독병원 등을 선교사들이 이곳에 개설했기 때문에 ‘서양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등산 초가을 등산을 하면서 한층 시원스러워진 피톤치드를 흡입하고 의재미술관에서 마음의 힐링을 한 뒤 하산해, 남광주역쪽으로 4㎞만 가면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을 만난다.
이 마을은 펭귄마을과 호랑가시나무언덕 두 축으로 나뉜다. 양림동에 쌓인 쓰레기와 폐품을 다리에 힘없는 어르신들이 펭귄처럼 뒤뚱뛰뚱거리며 치우면서 재건의 발판을 마련하자, 뜻 있는 청년들이 예술촌으로 바꾼 곳이 펭귄마을이다. 그 뜻이 고귀하기에 ‘안시시한 골목’도 있다.
마을어귀엔, 과거의 상처를 굳건한 나라만들기 의지로 승화시킨 오늘의 할머니가 과거의 자신을 다독이는 ‘투샷 소녀상’이 반기고, 골목에 들어가면 오래된 세간살이들이 설치예술 작품이 되었다.
곳곳엔 벽화로 장식돼 반기는데, 어느 좁은 골목, 영국식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바로 오는 10월17일 방탄소년단(BTS) 멤버로는 맏형 진에 이어 두 번째 전역하는 제이홉이다.
제이홉은 광주태생으로 동구 전일빌딩~민주의종각 사이 조이실용예술학원에서 K-팝 스타의 꿈을 향해 연습을 거듭했다. 동방신기 윤호유노도 이 학원 출신이라고 한다.
올 가을 BTS 팬 아미라면, 양림동 인증샷은 필수이겠다.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저녁이 되면 광주가 낳은 천재가수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부르는 청년의 버스킹도 이어지겠다.
이곳에서 5㎞ 북쪽에 가면 태권도 공인2단인 가수 겸 배우 수지가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에게서 무도를 배우며 성장한 곳도 있다.
양림동에선 ‘신여성’, ‘개화신사’, 풍각쟁이 ‘모던보이’의 복색 등 다양한 코스프레 의상을 빌려 인생샷을 찍는 MZ세대들이 많다. 양림동 버들숲 청년창작소 내에 있는 미광의상실에서 다양한 의상을 빌려준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레트로 감성으로 다양한 인생샷을 남기는데, 여행용 가방이 소품으로 있는 어느 설치미술장에선 여행가는 커플의 모습을 연출해본다.
서양식 오웬기념관 앞에서는 군입대하는 남친을 보내는 ‘곰신’의 애처로운 표정 조차 잘 어울리는 곳이다.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 언덕은 선교사들이 고국에서 가져온 알래스카호두나무, 메이플 아래, 그들이 세운 학교와 병원, 사택들을 품고 있어 ‘서양촌’ 외에 ‘광주의 예루살렘’이란 별칭도 얻었다. 대구의 청라언덕 및 근대거리와 비슷한 유래인데, 규모는 이곳이 몇 배 더 넓다.
게스트하우스(니유스마 사택) 에서 시작해 호랑가시나무창작소(언더우드 사택),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400년된 호랑가시나무, 헌틀리사택, 수피아여고의 탄생지이자 120년전 유진벨이 한국인-외국인 첫 합동예배를 했던 윌슨사택, 기독간호대 기숙사, 선교사 묘역, 사직공원 전망타워, 김현승 시비, 아트 이이남, 피터슨사택, 갤러리고철, 수피아홀, 윈스브로우홀로 이어진다. 수피아는 설립자인 메리 스턴슨 선교사가 고국에 남겨두고 온 여동생 이름이다.
윌슨관을 지나, 한국을 위해 헌신한 45명의 선교사, 850여명의 호남 순교자들을 기리는 ‘고난의 길’ 65디딤돌을 오르는 동안, 교육자 유진벨, 프레스톤, 의사 이철원(Dietrick), 카딩톤(Codington)박사, 나병환자를 돌보며 소록도병원 설립에 영향을 미친 포사이드(Forsythe) 등의 족적이 아로새겨져 있다.
의재 허백련의 친구인 최흥종은 포사이드를 만난 뒤 나병환자 치유에 동참했다. 1909년 영산포나루에서 추위에 떨며 피고름을 흘리는 나병환자에게 외투를 벗어 덮은뒤 나귀에 태우고 자신은 마부가 되는 포사이드의 모습을 보고, 최흥종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사직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뾰족뾰족 북유럽풍 지붕으로 예쁘게 지어놓은 조선대와 양림동문화마을, 무등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림산 하산길엔 가을 시인 김현승의 시비를 만난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이 시 말고도 광주가 낳은 많은 명시와 동시가 여행자의 마음을 순수로 회귀시킨다.
한편, 광산구에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고려인마을 가족카페 시먀’, 베트남식당 ‘펑스베트남 푸드’, 태국식당 ‘르안타이푸드’, 필리핀 식당 ‘케이피라인2’ 등 아시아음식이 많다.
앞으로 광산구 ‘고려인마을’도 광주의 명물로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재건의 상징인 펭귄어르신, 독립투사의 후예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이 두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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