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비옹테크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코리아오픈]
올해 WTA 코리아오픈이 500 등급으로 승격되며 당초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빅 네임들이 이번 대회 출전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이는 과거형으로 대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엔트리에 남아 있는 톱 10 선수는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1위) 뿐이다. WTA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카 페굴라(미국, 3위, 갈비뼈 부상),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4위, 등 부상), 에마 나바로(미국, 8위, 일정 변경),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40위, 발 부상)의 불참을 공식화했다. 추가적인 불참 선수가 없다는 가정 하에, 올해 코리아오픈은 톱시드는 시비옹테크가, 2번시드는 다리아 카사트키나(러시아, 13위)가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024 WTA 코리아오픈 예상 시드 (랭킹)
1. 이가 시비옹테크 (1)
2. 다리아 카사트키나 (13)
3. 류드밀라 삼소노바 (15)
4.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16)
5. 디아나 쉬나이더 (17)
6. 마르타 코스튜크 (18)
7. 율리아 푸틴체바 (29)
8.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 (31)
코리아오픈 첫 출전 시비옹테크, 관건은 체력
세계 톱 10 안에 위치한 경쟁자들이 모두 불참하며, 국내 팬들의 관심은 시비옹테크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비옹테크 스스로에게도 이번 코리아오픈은 우승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체력이다. 올해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 일정이 추가되면서 시비옹테크는 하반기 대회에서 약간은 방전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비옹테크는 2022~23 시즌, 윔블던 종료 후, 모국인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오픈에 출전했었다. 온전한 휴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 US오픈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었다.
2021 시즌은 올해 그녀의 시즌과 가장 유사해 보인다. 2021년은 1년 연기됐던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시기다. 물론 당시에는 시비옹테크가 현재처럼 최고 정점에 올랐던 시기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시비옹테크는 윔블던 종료 후, 올림픽 > 웨스턴&서던오픈 > US오픈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당시 시비옹테크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2021년 시비옹테크 하반기
(당시 랭킹은 4~8위권)
7월 윔블던 : 16강
7월 올림픽 : 32강
8월 웨스턴&서던오픈 : 32강 (*현 신시내티오픈)
9월 US오픈 : 16강
9월 오스트라바오픈 : 4강
10월 인디언웰스 : 16강
11월 WTA 파이널스 : 조별예선 탈락
2024년 시비옹테크 하반기
(세계랭킹 1위 유지)
7월 윔블던 : 32강
7월 올림픽 : 동메달
8월 신시내티오픈 : 4강
9월 US오픈 : 8강
9월 코리아오픈 : ??
시비옹테크의 독주가 시작되었던 2022년부터 그녀의 연간 패턴은 유사했다. 상반기 전력질주 후, 하반기 잠시 숨 고르기, 그리고 WTA 파이널스 집중이다. 3년 전에 비해 시비옹테크는 세계 최고 선수로 등극했으나, 올해 하반기의 성적은 올림픽 시즌이었던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본인 스스로 과도한 스케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정도로 올해에는 피로감이 특히 극심해 보인다. US오픈 8강전, 제시카 페굴라와의 경기에서 간만에 '엉망'과 같은 경기력을 보였던 시비옹테크는 약 2주 정도 지난 뒤 본인의 첫 경기가 시작되는 코리아오픈까지 얼마만큼 체력을 회복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어차피 1회전이 부전승이기 때문에 시비옹테크는 본선 1회전 일정 중인 17일 화요일에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비옹테크의 코리아오픈 데뷔전은 18일 또는 19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면한 이미지의 시비옹테크이지만, 올해 WTA 500 등급 대회 출전은 이번이 세 번째 밖에 안 된다. 시즌 개막 대회였던 혼성단체전 유나이티드컵은 개인전 성격보다는 국가대항전 성격이 짙다. 물론 시비옹테크는 이 대회에서 5전승을 거두며 폴란드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두 번째 WTA 500 등급 대회 출전은 슈투트가르트오픈(4월 독일)이었다. 시비옹테크는 이 대회에서 2승 1패의 성적으로, 4강에서 탈락했었다.
시비옹테크의 올해 등급별
(경기 수 / 성적 / 승률 / 평균세트 / 평균게임 순)
GS : 18경기 / 15승 3패 / 83.33% / +1.33 / +4.39
올림픽 : 6경기 / 5승 1패 / 83.33% / +1.17 / +4.67
1000 : 33경기 / 30승 3패 / 90.91% / +1.48 / +5.94
500 : 8경기 / 7승 1패 / 87.50% / +1.50 / +5.75
실제로 시비옹테크가 출전했던 500 등급 대회들은 모두 달라지는 코트 표면의 개막 대회였다. 유나이티드컵을 통해 올해 첫 하드코트 대회에 출전했고, 슈투트가르트오픈을 통해 올해 첫 클레이코트 대회에 출전했다. 유나이티드컵 다음 대회는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이었으며, 슈투트가르트오픈 다음 대회는 1000 시리즈 마드리드오픈이었다. 엄밀히 500 등급 대회는 올해 시비옹테크에게 더 높은 등급 대회를 위한 징검다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시비옹테크는 그랜드슬램, WTA 1000 시리즈에 집중했다. 해당 대회에서 올해 5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이미 상위 랭킹포인트를 적립한 상태다. WTA 랭킹포인트는 최근 1년 사이 최대 18대회의 상위랭킹포인트의 합으로 계산된다. 이번 코리아오픈은 시비옹테크의 18번째 대회로 어떤 성적을 기록하건간에 시비옹테크는 최소한의 랭킹포인트를 벌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코리아오픈 이후, 중국에서 두 차례 1000 시리즈 대회가 연이어 열린다. 차이나오픈과 우한오픈이다. 시비옹테크 입장에서는 1000 등급 대회에 보다 더 신경쓸 것이 분명하다. 선수라면 모든 대회,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 하겠지만 시비옹테크의 동기부여가 그랜드슬램, 1000 시리즈 대회만큼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부디 이번 코리아오픈이 그녀에게 차이나오픈, 우한오픈을 위한 징검다리 대회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다리아 카사트키나 @ 게티이미지코리아>
2024 시즌 WTA 500 등급 성적 상위 톱 10
(성적 / 승률 / 평균세트 / 평균게임 / TK포인트 순)
* 붉은 색이 코리아오픈 출전 선수
01. 리바키나 : 15승 2패 / 88.24% / +1.24 / +4.71 / +822.5
02. 카사트키나 : 13승 6패 / 68.42% / +0.42 / +0.74 / +682.5
03. 페굴라 : 12승 3패 / 80.00% / +0.87 / +2.27 / +647.5
04. 노스코바 : 12승 5패 / 70.59% / +0.71 / +1.41 / +635
05. 오스타펜코 : 11승 2패 / 84.62% / +1.15 / +3.54 / +84.62
06. 콜린스 : 11승 5패 / 68.75% / +0.81 / +3.44 / +582.5
07. 코스튜크 : 11승 5패 / 68.75% / +0.44 / +0.94 / +580
08. 알렉산드로바 : 11승 9패 / 55.00% / +0.30 / +0.90 / +567.5
09. 베키치 : 10승 5패 / 66.67% / +0.47 / +2.27 / +530
10. 아자렌카 : 10승 5패 / 66.67% / +0.53 / +1.60 / +525
올해 WTA 500 등급으로만 한정했을 때, 승률 1위는 엘레나 리바키나였다. 리바키나는 시비옹테크와는 달리 500 등급 대회에도 주로 출전해왔다. 리바키나가 올해 거둔 3승은 모두 500 등급 대회였다. 만약 리바키나가 이번 대회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출전했더라면, 리바키나의 우승 가능성을 시비옹테크보다 더 높다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승률 2위(84.62%)이자 대표적인 친한파였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는 올해에는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리아 카사트키나를 주목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세계 13위인 카사트키나는 올해 전체 6개의 500 등급 대회에 출전, 13승 6패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카사트키나는 올해 네 차례 결승에 올랐는데, 그 중 500 등급에서는 준우승 3회(1월 호주 애들레이드, 2월 UAE 아부다비, 4월 미국 챨스톤)를 기록했다. 우승은 250 등급의 이스트본인터내셔널이 유일하다.
세계 톱 10 선수들의 불참이 확정된 것은 카사트키나에게는 기쁜 일이다. 불참 선수가 없었다는 가정 하에, 카사트키나는 엔트리 마감일 기준으로 5번시드를 받을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세 선수가 빠지면서 카사트키나는 2번시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결승에서 시비옹테크를 상대하지 않는 이상 카사트키나는 본인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들만을 이번 코리아오픈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500 등급 대회 성적도 좋은데, 전체적으로 상대적인 운마저 카사트키나를 따르고 있다.
카사트키나 올해 500 등급 성적 [괄호 안은 당시 시드]
1월 브리즈번 [5] : 8강
1월 애들레이드 [-] : 준우승
2월 아부다비 [7] : 준우승
4월 챨스톤 [4] : 준우승
6월 베를린 [-] : 16강
7월 워싱턴 [2] : 16강
물론 카사트키나 역시 올해 하반기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 첫 WTA 500 타이틀을 노릴 수 있는 적기를 맞이했음은 분명하다. 시비옹테크, 엠마 라두카누(영국)에게 집중될 팬들의 관심이지만, 카사트키나의 경기도 꼭 챙겨볼 것을 권장한다.
WTA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은 14(토)~15(일)일 예선 경기가 열린다. 16일(월)부터 본선 경기가 개막하며, 22일(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계속된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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