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선거에 드리운 ‘파벌의 그늘’···당 쇄신 약화 우려
모테기 도시미쓰 추천인은 모테기파 출신 14명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이 공식 시작된 가운데 ‘비자금 스캔들’ 온상인 파벌이 여전히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전날인 12일 선거 고시와 함께 9명 출마 후보의 추천인을 공개했다. 자민당 규정상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의 추천을 먼저 받아 제출해야 하며, 각 후보 추천인 명단은 추후 공개된다.
공개된 추천인 명단에 따르면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추천인 20명 중 18명이 아소파 소속 의원으로, 모든 후보자 가운데 추천인 내 단일 계파 소속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는 비자금 스캔들 이후 유일하게 존속 방침을 밝힌 계파다. 앞서 스캔들 여파로 자민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추락하자 기시다파, 아베파, 니카이파 등 5개 파벌은 해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시다파의 이인자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추천인 20명 중 15명이 기시다파 출신 의원이고,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추천인은 모테기파 출신이 14명이었다. 지난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았던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 담당상 추천인은 14명이 아베파 출신 의원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선두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의 추천인은 20명 중 무파벌이 각각 14명으로 확인돼 파벌 영향력의 예외 지대로 평가됐다. 다만 고이즈미 전 환경상 추천인 중 10명 정도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측근이어서 완전한 무당파란 평가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과거 이시바파에 속했던 의원 8명의 추천을 받았다.
기시다파에 소속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의 추천인 중엔 아소파 의원이 9명 포함돼 뜻밖이란 평가를 받았다. 아소파가 결선투표를 내다보고 추천인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협력 가능한 지대를 넓힌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각 파벌 의원은 여러 진영에 분산됐지만, 결선투표에서는 정리해 행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파벌 영향력이 당 쇄신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구 아베파는 파벌의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서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자금을 기재하지 않아 문제가 된 의원이 많아 개혁 자세가 시험받을 것 같다”며 다카이치 경안상을 비판했다. 다카이치 경안상 추천인 중엔 스캔들로 당 징계 등을 받은 의원이 60% 이상인 13명이었다. 아베파의 경우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노 디지털상을 뺀 7명의 후보 추천인으로 폭넓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파벌의 존재감은 추천인 ‘여집합’에서도 두드러졌다.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85명 중 당원 자격 정지 처분 등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면 75명이 이번 총재 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 이 중 추천인 명부에 이름 올린 사람은 21명에 불과해, 나머지 54개의 표는 최종 향배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자민당 의원 367명 중 후보자 9명과 추천인 180명을 합친 총 189명은 투표처가 정해진 상황이어서 54명 표의 영향력은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는 오는 27일 진행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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