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과 절연하길”…‘호텔 난동’ 수노아파 조직원들 향한 판사의 당부
“절대 범죄 근처에도 가지 말고, 이쪽과 절연하길 바란다.”
“수형생활 잘하고, 젊으니 기회가 많다.”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23호 법정에서 형사24부 재판장 최경서(51) 부장판사가 선고 내용을 읽으며 간간이 이렇게 당부했다. 피고인석엔 건장한 남성들이 앉아 있었다.
이날 최 부장판사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위세를 과시하며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는 폭력조직 ‘수노아파’ 조직원 12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수노아파는 국내 10대 폭력조직으로 꼽히며 1980년대 전남 목포에서 결성된 뒤 2000년대 중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겨 ‘전국구’로 세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장판사는 주동자 윤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 등으로 그를 법정 구속했다.
또 다른 상·하위 조직원 4명에겐 징역 1년 4개월~4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구성원 5명에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 폭력치료 강의 40시간 이수를 함께 명령했다. 그밖에 1명은 최근 사망해 공소 기각됐고, 1명은 이날 선고에 불출석해 선고 기일이 미뤄졌다.
이들은 2020년 10월 그랜드하얏트 호텔에 난입해 3박 4일간 머물며 직원과 투숙객 등을 위협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작년 6월 기소됐다.
검찰 수사 등에 따르면 이들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배 회장 소유의 호텔에서 “돈을 갚으라”며 난동을 부렸고, 이른바 ‘병풍’을 치는 방식으로 식당 공연도 중단하게 만들었다. 호텔 사우나를 독차지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최 부장판사는 이날 조직 내 이른바 ‘급’에 따라 책임을 달리했다. 또 이 사건 목적은 “당장 난동을 부려 일을 그르치는 게 아니라 호텔에 폭력배가 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압박해 거래가 성사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했다.
주모자 윤씨에 대해선 “윤씨는 최모씨(징역 4년 6개월)와 함께 범행 계획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고 그 실행 과정에서 수노아파 위세 과시가 기대에 못 미치자 스스로 업무 방해를 저지르고 후배들을 질책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투자에 성공해 단기간 경제적 이익을 얻었음에도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주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등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조직원들에 대해선 “사실상 어떤 누구의 이익을 위해 동원됐는지 모르고 간 것으로 보인다” “그저 이용당한 대상일 뿐이기도 하다” “죄책이 (비교적) 가벼워 형량에 차등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직 ‘막내’에겐 “막내로서 시키는 대로 왔다”면서 “막내지만 문제점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수사에 협조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했다”고 언급했다. 이 막내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 부장판사는 선고를 내린 직후 “판사이자 인생 선배로서 당부 드린다. 절대 범죄 근처에도 가지 마시고 국가 감독을 받으면서 성실히 생활하시라”며 “사회에 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사회봉사도 성실하게 하라”고 지적했다.
당초 재판에 넘겨진 수노아파 조직원은 37명이었으나 법원은 단순 가담 혐의를 받는 조직원들에 대해선 지난 1월 먼저 선고를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수노아파에 가입을 권유한 혐의 등을 받는 이모씨 등 3명에게는 징역 8개월~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단순 가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겐 징역형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등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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