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포옹은 … 수갑 채우듯 사랑을 가두는 것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9. 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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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품에 안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반드시 그의 등 뒤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

연인 간의 사랑과 친밀감 너머에 복잡한 내적 욕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등 뒤에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은 마치 수갑을 채우듯 사랑을 가두고 잠그는 것이다.

연인끼리 "사랑해"라고 얘기할 때 이 말은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표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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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7000원

"누군가를 '품에 안는다'고 할 때 그것은 반드시 그의 등 뒤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의 문장이다. 문학적 깊이와 철학적 사유로 유명한 투르니에는 포옹을 신체적 접촉 이상으로 본다. 연인 간의 사랑과 친밀감 너머에 복잡한 내적 욕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투르니에와 닮은 소설가 이승우는 이 포옹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파헤친다. 그는 "연인들의 포옹은 틈을 없애는 방법이다. 연인들은 틈이 생기면 불안하기 때문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부여안는다"고 말한다. 연애는 틈을 인정하지 못하는 열정이요, 느슨한 포옹은 연인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옹에는 '으스러지게'라는 부사가 따라붙는다. 등 뒤에서 두 손을 마주 잡는 것은 마치 수갑을 채우듯 사랑을 가두고 잠그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의 힘은 이들의 틈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간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는 또 무엇을 말하는가. 천신만고 끝에 아내를 찾아 저승으로 내려간 오르페우스에게 하데스는 아내를 데려가라고 하지만 하나의 조건을 내건다. 절대 뒤돌아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이승의 목전에서 에우리디케가 뒤따라오고 있는지 불안하고 궁금한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본다. 결국 아내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알랭 레네 감독은 구순의 나이에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는 영화를 만들며 이 그리스 신화를 비튼다. "다들 영원을 꿈꾸지만 첫 키스 때부터 이미 시작되지. 영원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 말이야." 후반부에 나오는 이 대사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연인끼리 "사랑해"라고 얘기할 때 이 말은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표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 것이라는 다짐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영원을 향한 열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 영원한 것인가.

영화 속에서 오르페우스는 죽음을 통해 아내를 다시 얻는다. 연인을 죽음에서 구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죽음으로써 영원을 획득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영원하고 완전한 상태를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는 감독의 통찰이 아닐까.

스물둘에 등단해 지난 40여 년간 30여 권의 소설을 펴낸 작가 이승우는 깊은 사유를 통해 오늘도 흐트러진 생각을 한데 모은다.

그 결과물인 '고요한 읽기'라는 책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밀란 쿤데라, 이청준, 프란츠 카프카, 롤랑 바르트, 에드거 앨런 포,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등을 만나는 것은 적잖은 즐거움이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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