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바꾸면 다 망해!” NFL과 축구를 바꿔놓은 나비의 날개짓은? [올어바웃스포츠]
다행(?)히도 개막 첫 주동안 힙드롭 태클 금지로 인한 게임양상 변화는 감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경우엔 심판이 힙드롭 태클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수비수들은 바뀐 상황에 적응해 멋진 수비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최근 세계 주요 스포츠리그와 협회는 규칙을 변경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도파민 중독’이 일상인 Z세대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조금 더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게임을 선사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는 ‘스포츠 보수’파는 잦은 규칙변경이 자칫 게임의 전체를 바꿔버리지 않을까 경계합니다.
실제로 스포츠 세계에선 언뜻 보면 작아보이는 룰 변화하나로 게임의 양상이 완전하게 뒤집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스포츠 세계에서 바뀐 규칙 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어떤게 있었는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나 풋볼이 개발된 후 40년이 넘는 1906년까지 전진 패스는 각종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 없다시피 했습니다. 공격팀은 한 번의 공격시리즈(4번의 기회)에서 단 한 번만 전진 패스가 허용됐고, 리시버가 공을 건드렸지만 잡지 못한채 떨어뜨리면 수비가 이 공을 쥐고 상대진영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또 패스가 지면에 먼저 닿으면 수비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기도 했죠.
이러다보니 초창기 경기에선 공격이 극도로 어려워 득점은 더더욱 드물었습니다. 당시엔 보호장비도 부실해 선수들은 전진하기 위해 온몸을 무기 삼아 달려들었습니다. 척추가 부러지거나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등 고통이 적지 않았죠. 1904년 시카고트리뷴은 풋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동안 18명이나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에도 사태가 여전하자 스탠포드대, 듀크대 등에선 풋볼을 중지시키기도 했죠.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진패스 허용은 경기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공을 뿌리는 쿼터백은 어느 포지션보다 중요해졌고, 작고 날랜 선수들 역시 리시버란 포지션을 통해 필드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요. 전진 패스가 풋볼의 종말을 이끌 것이란 예상과 달리 풋볼을 미국의 상징중 하나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팬들이 다시 한 번 이런 ‘백패스’에 실망하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199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덴마크가 우승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이면엔 역사상 손에 꼽는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과 수비진 사이에서 난무한 백패스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덴마크는 선제득점을 하면 최대한 공을 소유하려고 했고, 그 방법중 하나로 여의치 않으면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해 슈마이켈이 이를 지키는 것이었죠. 덴마크의 이런 전략은 독일과의 결승전까지 벌어지면서 경기를 보는 팬들을 망연자실하게 했습니다. 전 스위스 골키퍼인 파스칼 주버불러는 “당시 경기를 보면 그때 뛰었던 선수들의 대한 존경심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FIFA는 같은해부터 골키퍼에게 백패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정확히는 골키퍼가 백패스로 받은 공을 손으로 집어들지 못하게 바꾼 것이지요.
이 단순한 규칙 변화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축구 전문가들은 백패스 금지로 인해 상대진영으로 공을 ‘뻥’ 차넣는 ‘롱볼축구’가 난무해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도입 초기를 감안하면 이런 우려는 아주 틀린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진화해나갑니다. 공을 잘다루는 골키퍼가 등장한 것이지요.
새로운 유형의 골키퍼들은 필드 플레이어 못지 않은 볼 간수 능력과 패스 능력을 갖췄습니다. 수비수들 역시 공격수에 ‘갖다박는’ 파이터형 수비수보다 우리 팀의 볼 흐름을 유지하고 공격의 기점이 되는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 선호받게 되는 것이지요. 2010년대 초반 축구계를 지배했던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의 축구는 경기 내내 골키퍼나 수비수의 롱패스 한 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11명의 선수 모두가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당시 FC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현재도 영국의 맨체스터시티에서 발밑이 극도로 뛰어난 골키퍼를 주전으로 내세우고 있지요.
과거와 달리 골키퍼, 수비수의 공격 전개능력은 이제 필수적으로 바뀌었고, 공격수 역시 이런 수비라인을 압박하기 위해 수비적인 소양을 갖춰야 했습니다. 1970년대 등장했던 개념인 ‘토탈사커’가 백패스 금지룰로 완성이 된 것이지요.
1979년 북미농구협회(NBA)는 흡수합병한 ABA 리그의 규칙이었던 3점슛 규칙을 채택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시들했던 농구의 인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흥미로운 새 요소를 넣은 것이지요. 기본 점수가 2점인 농구에서 1.5배나 점수를 주는 3점슛이 도입됐을때 사람들은 모두 농구가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프랭클린 미울리 당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구단주는 “3점슛 도입은 부도덕하다”며 “슛으로 인해 팀플레이가 사라질 것이고 NBA도 ABA와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라고 극렬히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점슛 도입이 부른 바람은 미풍에 그쳤습니다. 도입 첫 시즌동안 팀들은 경기당 평균 3개 미만의 3점슛을 시도했습니다. 전체 공격 기회가 100번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부여를 하기 힘든 수치지요. 팀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슛을 넣는게 더 확률이 높은데 왜 굳이 먼 곳에서 3점슛을 던져야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NBA 전체에서 시즌당 100개 이상의 3점슛이 나오기까지는 7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죠.
이런 경향은 2000년대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각 팀의 에이스는 수비진을 찢고 림을 향해 달려가거나 솟구쳐 올라 2점 점프슛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4년을 전후해 35년 전에 분 미풍을 허리케인으로 바꿀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코트 밖에선 데이터를 사랑하는 컴퓨터공학도 출신 구단경영자 대릴 모리가 ‘3점슛 혁명’을 주도합니다. 휴스턴 로케츠 구단주인 그는 2부리그 경기를 시험삼아 3점슛 라인에서 대량으로 슛을 던지는 실험을 합니다. 3점슛을 33% 확률로 집어넣는 것이 2점슛을 절반의 확률로 넣는 것과 기대값이 같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지요. 코트 안에선 역대 최고의 슈터 스테판 커리가 나타납니다. 비현실적인 3점슛 성공 능력을 보여준 커리와 커리 맞춤형 전술을 활용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승승장구는 다른 팀들에게 또다른 승리 모델로 다가옵니다.이제 한 팀이 경기당 40개의 3점슛을 시도하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3점이 주요 공격루트가 되다보니 수비수들은 수비를 위해 라인밖으로 나올수밖에 없고, 골밑은 헐거워집니다. 3점슛이 뚫리다보니 골밑이 더욱 헐거워지는 것이지요. 2000년대 NBA에선 팀당 100점을 넘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오늘날 NBA는 누군가의 말처럼 100점도 못넣으면 설자리가 없을 정도로 고득점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지금까지의 모든 룰 변경을 앞두고 그랬듯, 또 다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필리핀농구협회 측은 박진감이 더해지고 지역방어가 사라져 치열한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과도한 4점슛 난사로 게임이 단조로워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979년 NBA의 한 단장이 3점슛에 대해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변화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도 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4점슛이 생기면 4점슛판 커리가 등장하고, 이를 막는 수비전술도 마련되기 마련이지요. 변화를 외면한 스포츠들이 올림픽에서 퇴출되는 등 멸종을 목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의 틀을 바꾸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끊임없는 진화는 스포츠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어바웃스포츠]는 경기 분석을 제외한 스포츠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스포츠가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에서 누구나 즐기는 유흥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와 경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수백억원의 몸값과 수천억원의 광고비가 만들어내는 산업에 자리잡은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보는 그 경기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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