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법치주의의 날개 [말록 홈즈]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폭력적 권력이 원칙을 억누르는 세상)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여깄지~)
‘법’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韓非子)입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한(韓)나라 왕 한안의 서자로 태어나, 인간의 품성은 본디 악하다고 주장한 순자(荀子)의 문하에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강력한 법의 집행을 통치의 기본으로 여긴 법가의 대표인물입니다. 그의 사상과 재능을 존중한 진나라의 정왕(훗날 시황제)은 그를 영입합니다. 체계적이고 강력한 법가사상을 바탕으로, 진은 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통일합니다.
우리는 한비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똑 부러질거란 이미지와 달리, 한비자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듣기 편하게 글을 더 잘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비자의 법가가 엄격한 처벌만을 강조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백성들을 심하게 억압하는 데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반면 왕족이나 귀족 같은 특권층에게야말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올바른 통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권세가들로부터 미움을 받았고, 끝내 모함과 시기 속에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맙니다.
한비자란 이름은 독특합니다. 공자, 노자, 장자, 주자처럼 성씨 뒤에 위대한 인물이란 의미의 ‘자(子)’자를 바로 붙이지 않고, 한 비(韓非)라는 풀네임 뒤에 자(子)자가 이어집니다. 먼 훗날 태어난 당나라의 사상가 한유(韓愈)에게, 한자(韓子)가 붙여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의 서열이 법가보다 훨씬 높아 그렇게 됐다네요. 그렇다면 한비자의 본명은 한비(韓非)는 무슨 뜻을 품고 있을까요? 이름이 외자인데, 바로 ‘아닐 비(非)’자입니다. ‘한 아님’? 아이 이름이 ‘아님’이라니! 우리는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훌륭한 뜻과 좋은 어감을 고려합니다. 도대체 무슨 미운 털을 박혔길래, 왕족의 이름에 이런 비극이 벌어진 걸까요?
21세기 한국사회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켜보며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 우리의 법은 과연 누구에게나 정의롭고 공정한가?
- 대다수 평범한 국민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나? 아니면 소수의 특별한 국민의 행복을 중심으로 위해 만들었나?
- 그 법은 과연 누가 만들고 사용하는가?
- 법률을 전공해서 탄탄한 인맥을 갖추면,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지 않은 분야마저도 훌륭히 이끌 수 있나?
평범하고 힘없는 국민들도 의지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이 잘 다듬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가와 사회에 믿음이 생기고, 법이 잘 지켜지는 안정되고 희망찬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법률가 출신 파벌 ‘법벌(法閥: 법 법, 가문/패거리 벌)’이나 ‘사시오패스’ 같은 냉소적 단어가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법의 날개를 펼쳐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처럼, 법치국가 대한민국도 정의롭고 공정하며 꿈이 가득한 나라로 자라나길 소망합니다.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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