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들 전세보증금 ‘53억’ 꿀꺽한 40대…또 ‘무자본 갭투자’였다

지인 돈 빌려 매입한 토지 담보로 건물 건립…총 17채 사거나 지어
확인된 피해자만 70명…대부분은 돈 못 받고 계속 거주 중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본인 자본 없이 다세대주택을 짓거나 여러 채를 사들이는 수법으로 사회초년생들의 전세보증금 약 53억원을 떼먹은 40대가 구속 송치됐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사기 혐의를 받는 40대 부동산업자 A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2015년 9월부터 작년 7월에 이르기까지 김해의 다세대주택에 입주한 세입자 70명의 전세보증금 53억원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에 기초한 '보증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토지와 건물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본인 자본 없이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땅을 사들이고 이를 담보로 다세대 주택을 건립했다. 이후 건물 임차를 통해 받은 세입자들의 보증금 등으로 다시 땅을 사들여 다세대 주택을 짓거나 건물을 사들였다.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까지 동원해가며 A씨가 그간 짓거나 사들인 건물만 17채, 195세대에 달한다.

현재까지 경찰에 확인된 피해자는 70명에 달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전세보증보험이나 임차권 등기와 같은 제도에 서툰 20~30대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10명 정도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살던 집을 떠났고, 나머지는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속 거주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A씨에게 사기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자기자본 없이 대규모 임대업을 벌였던 점, 전세금 돌려막기 등을 지속한 것으로 볼 때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사실상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이 이같은 판단의 주요 근거다.

한편 경찰은 A씨와 공인중개사 등과의 범행 공모 의혹도 수사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