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권한 여전…반쪽짜리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정안

책무구조도 실행 앞두고 지배구조 내부규범 손질
낙하산 인사 원흉 '비상임이사' CEO 선임 권한 그대로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의 '낙하산 인사' 연결고리를 끊지 못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제출한 지배구조 개정안에서 농협중앙회장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비상임이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권한을 그대로 살려뒀다.

지난 9월 1일 농협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개정했다. 이사회와 CEO의 자격요건과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분산했지만,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들어올 틈새는 열어뒀다.

개정안 제11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는 비상임이사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은 제한했지만, 지주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 권한은 제한하지 않았다.

농협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임추위는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를 추천하고 결정할 권한이 있다.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비상임이사가 포함됐는데, 농협중앙회장의 측근 조합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이윤석 이사, 이종백 이사, 길재욱 이사, 박흥식 비상임이사로 구성됐다. 박 이사는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으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전임 비상임이사인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도 이성희 전 중앙회장 측근이었다.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인사권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열어둔 셈이다.

물론 농협중앙회와 같이 주주 측 인사가 이사회에 추천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농협의 설립 취지 등을 고려했을 때도 농민을 대변해 조합장이 비상임이사로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는 다른 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비해 권한이 과도하게 부여됐단 측면에서 부정적 시선이 많다. 다른 금융지주는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권과 지주 회장 추천권을 분리하고 비상임이사는 지주 회장을 추천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나눠놨다.

비상임이사를 비롯한 사외이사 3인이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의 인사권이 집중된 셈이다. 게다가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지주 회장이 임추위원에 포함되지 않아 자회사 대표이사를 추천할 권한조차 없다.

금감원도 이런 점을 인지해 임추위의 권한을 나누고 농협금융 회장이 임추위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단일 주주로 있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만, 농협중앙회는 비상임이사를 통해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