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다룬 클래식, 연극·뮤지컬과 어떻게 다를까요?[알쓸공소]
연극·뮤지컬로 여러 차례 무대화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최근 공연
웅장함·평온·장난기 3박자 구성 눈길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쓴 희곡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죠. 괴테가 온전히 창작한 작품은 아닙니다. 마술사로 알려진 실존인물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1480~1541)를 모티브로 당대에 전해지던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를 괴테가 새로 썼다고 합니다. 처음의 이야기는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설정으로 유명했는데, 괴테가 여기에 ‘고뇌하는 인간’으로 파우스트의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지금도 회자되는 걸작이 됐습니다.
괴테가 60년 가까이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자신의 또 다른 대표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파우스트’의 초고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요. 1775년 낭독으로 발표한 ‘초판 파우스트’(‘우어파우스트’, 1887년 사본 발견), 1790년 선보인 단편 ‘파우스트’ 등이 있었습니다. 이어 1808년 ‘파우스트’ 1부를 정식으로 발표했고요. 2부는 사망 직전인 1832년 나왔습니다. 26세 때부터 쓰기 시작해 83세에 완성한 작품이니 괴테의 인생 모두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읽었지만, ‘파우스트’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했고 여전히 읽지 못한 책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파우스트’와 가까워진 것(?)은 공연을 통해서입니다. 희곡인 만큼 ‘파우스트’는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으로 제작됐습니다. 국내에서도 그 역사는 오래됩니다. 국립극단 디지털 아카이브, 국립극장 공연예술 아카이브 ‘별별스테이지’ 등을 찾아보니 1966년 국립극단에서 연극으로 초연을 했고, 국립오페라단은 1968년 오페라로 무대에 올린 기록이 있습니다.
연극으로는 2021년 국립극단이 공연한 ‘파우스트 엔딩’이 떠오릅니다. 조광화 연출이 괴테의 원작을 재창작하고 연출한 작품인데요. 배우 김성녀가 파우스트 역, 박완규가 악마 메피스토펠리스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죠. ‘여성 파우스트’를 내세우고 이전과 원작과 다른 결말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3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 양정웅 연출의 ‘파우스트’도 있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늙은 파우스트 역, 배우 박은석이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고 배우 박해수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으로 출연했는데요. 대형 LED 스크린으로 영상과 라이브 공연을 결합한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1부의 내용만 담고 있어서, 2부도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파우스트’ 소재 연극, 뮤지컬는 내용이 무겁습니다. 원작의 영향이겠죠. 클래식 또한 난해하고 어두울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실연으로 들은 ‘파우스트 교향곡’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곡이었습니다. 총 3악장 구성으로 1악장은 ‘파우스트’, 2악장은 ‘그레첸’, 3악장은 ‘메피스토펠레스’와 에필로그인 ‘신비의 합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파우스트를 연상케 하는 당당하고 웅장한 1악장과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평온함은 전한 2악장,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3악장까지 듣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음악이었습니다. 롯데콘서트홀 대형 파이프 오르간 반주에 맞춰 펼쳐진 에필로그의 합창도 아름다웠고요. 연주 시간이 75분이라는 점이 부담이라면 부담이었습니다.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클래식 음악도 매우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은 베를리오즈가 먼저 작곡해 리스트에게 헌정한 ‘파우스트의 저주’에 대한 답례의 선물로 작곡됐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주제로 한 왈츠도 작곡했다네요. 말러는 ‘천인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8번의 2부를 ‘파우스트’의 내용을 빌려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괴테는 모차르트가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만들어주길 바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모차르트는 괴테를 잘 알지 못했다고 하네요. 베토벤도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만들려고 구상한 적이 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작곡가 샤를 구노가 1859년 초연한 오페라 ‘파우스트’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5일간의 추석 연휴, 여유가 있다면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한 ‘파우스트’의 세계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문제는 연휴는 늘 우리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겠죠.)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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