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극장서 뭐 볼까? ‘베테랑2’부터 여운 짙은 독립영화까지

김은형 기자 2024. 9. 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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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극장 개봉작
영화 ‘베테랑2’.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올 추석 극장가의 대형 화제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베테랑2’뿐이다. 코로나 이후 이어진 극장 불황으로 제작이 줄고 이른바 ‘창고 영화’도 거의 소진된 탓이다. 제작비를 많이 들인 상업영화는 적지만 여느 때보다 완성도 높고 이야기의 재미도 뛰어난 독립예술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영화 ‘장손’. 인디스토리 제공

오랜만의 귀경이 즐거운 사람 따로, 괴로운 사람 따로인 명절. ‘장손’(오정민 감독)은 3대가 모인 북적거림 속에 각자의 ‘비밀과 거짓말’을 지닌 가족을 돌아보는 영화다. 제삿날 서울에서 온 장손이 그저 애틋하기만 한 조부모. 배우를 꿈꾸는 손자가 집안에서 운영하는 작은 두부 공장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젊은 시절 꿈을 접고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부아가 치민다. 얼마 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모인 가족은 유산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서로에게 쌓여 있던 서운함과 분노가 폭발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영화제가 주목했던 작품. 가족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3대의 위태위태한 초상은 관객 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딸에 대하여’. 찬란 제공

‘딸에 대하여’(이미랑 감독)는 딸과 둘뿐인 자신의 노후가 불안한 엄마가 낡은 가족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동성 연인을 함께 살겠다고 집으로 데려온 딸, 젊은 시절 존경받는 위치였으나 핏줄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원에서도 내쫓길 처지의 어르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엄마의 초상을 배우 오민애가 뛰어난 연기로 그려냈다.

영화 ‘그녀에게’. 영화로운형제 제공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각색한 ‘그녀에게’(이상철 감독)는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가족들을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는 차원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으로 장애인 가족의 삶을 그린다. 커리어뿐 아니라 가족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확신하던 정치부 여성 기자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장애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가 부딪히는 세상은 전과 180도 달라진다.

소리 지르고 때려 부수며 명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르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류승완 감독)는 일찌감치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쌍천만 흥행을 향한 엔진을 켰다. ‘돈은 없지만 가오는 살아 있는’ 서도철과 그의 팀원들이 모두 무사하고 칼 든 취객을 제압하는 뛰어난 무술 실력의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했다. 사적 제재라는 요즘 유행하는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통쾌함에 집중하기보다 이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까지 담았다. 다소 무겁지만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빗속에서 팀 전체가 벌이는 격투신 등 볼거리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 ‘스픽 노 이블’.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공포영화 전문 스튜디오 블룸하우스의 ‘스픽 노 이블’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영화다.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과 위선적인 친절에 대한 질문을 담은 동명의 덴마크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찜찜하게 끝나는 원작과 달리 깔끔한 ‘할리우드 엔딩’이다. ‘23 아이덴티티’에서 제임스 매커보이가 보여줬던,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의 맛이 여전히 일품이다.

36년 만에 돌아온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코믹호러영화다. 귀신과 엮인 딸을 구출하기 위해 엄마와 할머니가 유령들과 싸우는 이야기로 요즘 보기 힘든 수공예적 상상력의 향연이 컴퓨터그래픽에 지친 안구를 정화한다.

영화 ‘무도실무관’. 넷플릭스 제공

오티티(OTT)도 신작들로 안방 관객 맞을 채비를 했다. 넷플릭스는 ‘무도실무관’을 13일 공개한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의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다뤄진 적 없는 신선한 소재라 기대를 모은다. 김우빈이 태권도·검도·유도 합계 9단인 무도인 이정도 역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디즈니플러스 제공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며 제시 플레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극장 대신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해 공개됐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뮤즈인 에마 스톤을 비롯해 윌럼 더포, 홍 차우 등이 출연하는 3부작 옴니버스. 지배와 피지배 관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듯한 스토리에 날카로운 음향효과가 란티모스 초기작들의 어두운 긴장감을 떠올리게 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김민제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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