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마사지 봉사하러 인도네시아 오지 들어간 80대[따만사]
현지 주민들에게 발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는 김만장 발만사(발을 만지는 사람들)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 마사지 봉사를 하는 김만장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2024년 8월 23일 인도네시아 마나도 지역. ‘발만사’(발을 만지는 사람들) 김만장 회장(82)과 회원들은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싣고 붐붐곤(bumbumgon)으로 향했다. 4시간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오지 마을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지역 주민들이 봉사단을 환영했다.
한국인을 처음 보는 지역 주민들은 처음엔 부끄러워 발을 차마 내밀지 못했다. 용기를 낸 한 두 명이 나섰다. 발만사 회원들은 허름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지역 주민들의 더러운 발을 직접 닦아냈고, 현지 통역을 통해 주민들의 아픈 곳을 물어보고 적절한 발바닥 혈을 짚어 마사지를 이어갔다. 이를 본 주민들은 경계심을 풀고 너도나도 발 마사지를 해달라고 다가왔다. 봉사는 꼬박 3일간 이어졌고, 발 마사지를 받은 주민들은 끼니때마다 봉사단을 집으로 초대했다.
인생의 전환점 |
2016년 정부로부터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은 김만장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발 마사지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지.”
김 회장은 34년 전 미국에서 건강식품을 수입해 오던 일을 하던 중 한국에서 발 마사지 사업을 하던 재미교포를 만났다고 한다.
김 회장은 “당시 그분은 청담동에 발 마사지 가게를 차렸고 직접 가서 마사지를 받아 본 결과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특별한 기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기운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그가 갔던 숍에는 마사지만 하던 방이 12개 있었는데 항상 손님들도 방이 꽉 차 있었다. 유명 탤런트, 운동선수, 정치인들이 발 마사지를 받으러 왔다. 발 마사지에 푹 빠진 그는 2년 7개월 동안 기술을 배웠다.
발 마사지 전문가로 거듭나 |
쇼트트랙 ‘여제’ 진선유 선수의 발 마사지를 하고 있는 김만장 발만사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김 회장은 이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재활병원을 차린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한국 스포츠 재활 분야에서 알아주는 의사였다.
김 회장은 “친구에게 지난 3년간 발 마사지를 배웠다고 하자 관심을 가졌다”며 “나에 대해서 한번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친구는 자신의 아내에게 김 회장의 발 마사지를 시험 삼아 받아보게 했다. 친구 아내는 김 회장의 발 마사지에 크게 만족했고 그 길로 김 회장은 친구와 동업하게 됐다. 그는 “친구가 자신의 병원 안에 발 마사지를 전담하는 족구 클리닉을 열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친구의 병원에서 족구클리닉을 담당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재활을 도왔다. 그의 재활 코스를 거쳐 간 사람들은 유명 운동선수들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명성 또한 높아져만 갔다.
그는 17년간 사람들의 재활 치료를 도우면서 익혔던 경험과 기술들을 정리해 책을 작성하기도 했다.
발 마사지 봉사자로서의 삶 |
현지 선교인력들에게 발 마사지 강연을 하고 있는 김만장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집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았고 국가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생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7년간 족구 클리닉을 맡아오던 김 회장은 어느 날 자신의 직을 다 내려놨다. 초등학교 2학년 당시 6·25가 터진 뒤 대전으로 피난 가 옥수수 가루를 얻기 위해 교회에 나갔던 그는 이제는 신앙인으로서 자신이 갈고닦아온 기술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에 쓰고 싶어졌다.
그는 몸담은 교단에서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발만사를 만들었다. 발만사 회원들은 김 회장으로부터 발 마사지 경험과 기술들을 전수받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발 마사지 봉사를 수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다. 김 회장은 “발만사를 만든 지 1년 만에 활동 회원들이 32명이 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34년간 갈고 닦아온 자신의 기술을 국외 오지 주민들에게 전수해 주기도 했다. 그에게 발 마사지를 배운 주민들이 다른 사람에게 발 마사지 봉사를 하면서 선순환이 이어졌다.
정부는 김 회장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 2016년에 자원봉사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여했다.
발 마사지 봉사를 하면서 쌓아간 인연 |
김 회장은 해외 봉사를 다니면서 현지인들과 인상적인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가 몽골에 갔을 때 오십견에 걸린 유명 역사학자를 소개받았다. 학자는 처음에는 손을 위로 뻗지도 못했는데 3일간 김 회장의 마사지를 받고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됐다고 한다. 학자는 기뻐하며 김 회장을 극진히 대접했다.
김 회장의 발 마사지 봉사로 해외 운동선수가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었다. 몽골 유도 대표단이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몽골 유도 대표단에는 대회 우승 유망주로 꼽히던 한 선수가 있었는데, 해당 선수는 한국에 오자마자 환경과 음식의 변화로 대회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해외 봉사를 자주 나가면서 인연을 맺게 된 몽골 유도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김 회장은 “봉사를 통해 알게 된 몽골 대표팀 관계자가 해당 선수에 대해 발 마사지를 부탁했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준비해서 몽골 대표팀 숙소로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그는 3일간 아픈 선수에게 발 마사지를 했고, 해당 선수는 기력을 회복해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 회장은 “간절히 기도하며 마사지를 했고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계속되는 발 봉사 |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 마사지 봉사를 하는 김만장 회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82세라는 고령에도 김 회장의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발 마사지는 최소한의 기본 체력이 유지돼야 할 수 있다. 내가 남한테 폐 안 끼치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한 앞으로 계속할 예정이다. 체력이 지탱하는 한 그날까지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발 마사지를 업으로 삼은 지난 37년간 생활에 도움이 됐고 심신이 건강해져 누가 보더라도 82세 할아버지로 보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80년 이상 살다 보니 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인한 행복은 절대 무시 못 한다. 돈은 절대 싫어할 수가 없는 존재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나의 작은 수고가 이웃의 건강한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엇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요 수입이다”라며 “이런 능력들은 내가 섬기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거져 받았으니 거져 준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남은 생애 봉사자로서 여정을 즐겁게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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