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경영권 분쟁 본격화
영풍과 손을 잡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13일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다. 당장 고려아연의 주가가 장중 20% 넘게 급등한 가운데, 고려아연을 둘러썬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최대주주 영풍은 훼손된 지배구조를 복원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약 6.98~14.61%(144만5036~302만4881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는 전일 종가(55만6000원) 대비 18.7% 높은 주당 66만원으로공개매수대금만 약 2조원이다.
MBK는 이와 별도로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가는 주당 2만원으로 최대 684만801주(지분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이날 공격적인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자 주식시장에서 영풍과 영풍정밀은 상한가를 찍었고 고려아연의 주가는 20% 가까이 뛰었다.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단행한 것은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측의 지분은 33.99%, 영풍측의 지분은 33.13%인데, 유통주식 상당수에 대한 공개매수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영풍그룹의 캐시카우 고려아연은 공동 창업주 고 장병호·최기호 회장의 후손들이 운영해왔다. 장씨 일가는 영풍문고와 전자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포함한 비철 분야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이 취임 이후 유상증자를 단행하자 지분 관련 분쟁이 커지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경영권 분쟁은 최근 영풍이 MBK를 끌어들이면서 양상이 바뀐 모양새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영풍측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영풍측의 고려아연 소유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영풍측 지분의 절반보다 1주를 더 갖게돼 지분이 1주 더 많은 MBK가 경영권을 주도할 수 있다. 영풍이 경영권을 내주더라도 최씨일가와의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있는 셈이다.
영풍은 이날 공개매수 외에도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과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하며 최 회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영풍은 “최 회장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해 상법 등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며 “위법행위 존부를 확인하고 법적 대응을 해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시하며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는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 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이라고 판단한다”며 “공개매수자들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 기업가치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중대하게 저하되는 것은 명약관화”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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