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방치해 위궤양 생긴 사람, 치매 발생 위험 3배 높았다

정심교 기자 2024. 9. 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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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감염되면서 생긴 위궤양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여,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장 건강을 위한 헬리코박터 균 치료가 뇌 건강도 지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균으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한다.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여 뇌내 신경염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침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감염 소화성궤양은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장내균총(microbiome)에 변화를 일으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서울성모병원 강동우 교수(제1저자),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5~79세 총 4만762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연령 분포 별로 평가했다.

해당 연령 범위에서 최초로 분석 결과, 소화성궤양 환자를 5·10년 추적관찰했더니 고혈압,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 고지혈증 같은 치매 위험인자를 통제한 뒤에도 전반적인 치매 발병 위험도가 건강대조군보다 약 3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60대와 70대의 연령 분포에서 특히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발병 위험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가 위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주목해, 제균치료 시기와 치매 위험도를 평가했다. 위궤양 진단 이후 6개월 이내에 제균치료를 시작한 '조기 제균치료군'과 1년 이후에서야 제균치료를 뒤늦게 시작한 '지연 제균치료군'을 5·10년 추적 관찰해 치매 관련 위험요인을 통제한 뒤 치매 발병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지연 제균 치료은 조기 제균치료군보다 치매 발병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우리나라 성인의 50~60%가 이 균을 갖고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배추·브로콜리·사과 등 위장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며 흡연·과음·과식 등 해로운 습관은 피해야 한다. 이 균에 감염된 사람과 국물요리에 숟가락을 담갔다 먹으면 옮을 수 있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주로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치료 후 세균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확인해야 하며, 재발할 수 있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강동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화성궤양 질환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초기 연구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병인과 연관성을 제시하였으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효 음식이나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식습관이 위점막을 자극해 헬리코박터 균 감염을 높일 수 있으며, 최근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장 건강 뿐 아닌 뇌 건강을 위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현국 교수는 "소화기 질환과 신경퇴행성질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감염성 위장 질환이 치매 발병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연관성을 규명하는 첫 걸음이며, 위장관 건강과 신경 건강의 상호작용의 이해를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제, 한국연구재단 창의도전연구 과제를 통해 수행한 것으로, 미국노화학회 공식 학술지인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제로사이언스는 노화 현상과 노령 질병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학제 간 영역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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