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장애인 권리입법” 울린 기차역…‘스쳐만’ 간 여당 대표

김채운 기자 2024. 9. 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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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서울역 6번 승강장을 출발하는 케이티엑스(KTX) 열차 승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뒤로 경찰에 가로막힌 장애인, 해병대 예비역 단체 소속 시민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7대 장애인 권리 입법' 당론 채택과 제정을 요구하려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 대표는 이들을 그대로 지나쳐 승강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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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위원들이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당대표님.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추석 선물로 약속해 주십시오!”

“채 상병 특검 발의하라! 발의하라!”

13일 오전 10시, 서울역 6번 승강장을 출발하는 케이티엑스(KTX) 열차 승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뒤로 경찰에 가로막힌 장애인, 해병대 예비역 단체 소속 시민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들 시민과 집권 여당 대표의 제대로 된 교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13일 오전 10시 서울역 기차 승강장에서 귀성길 인사를 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및 당 지도부(왼쪽 위)와 경찰에 가로막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오른쪽 아래)의 모습. 김채운 기자

한 대표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역 기차 6번 승강장에서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라고 적힌 붉은 어깨띠를 두르고, 케이티엑스에 오르는 승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7대 장애인 권리 입법’ 당론 채택과 제정을 요구하려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 대표는 이들을 그대로 지나쳐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에 활동가들이 뒤쫓아가며 “한동훈 대표님”, “장애인 권리 입법 당론 채택 약속해주십시오”라고 외쳤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에 장애인들은 반대편 7번 승강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한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쳤다. 한 대표는 손을 흔들고 짧게 고개 숙이며 “고생하셨다”고 말한 뒤 서울역을 떠났다.

해병대예비역연대도 같은 날 서울역 앞에서 한동훈 대표를 기다렸다.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서울역을 찾은 것인데, 한 대표는 구호를 외치는 이들을 그대로 지나쳤다. 한 대표를 뒤쫓아간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해병대복을 입으면 경찰에 가로막힐 것 같아 일부러 양복을 입고 한 대표를 기다렸다”며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말씀하신 지 벌써 82일째다. 이제는 행동하셔야 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10시께 서울역 기차 승강장에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제정을 요구하는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맨 오른쪽)의 말을 듣고 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제공 영상 갈무리

이들은 절박한 요구에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은 집권 여당 대표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저희는 민주당 안도 아니고, 한 대표가 약속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이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을 무시하고 (시민과) 갈라치는 것”이라며 “추석에 시민들을 만나러 와 놓고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9시 용산역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의 ‘7대 장애인 권리 입법\' 제정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이날 아침 9시 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은 용산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포체투지'로 장애인 권리 입법 요구안을 전달했다. 포체투지는 중증 장애인들이 바닥을 기어가며 투쟁하는 불복종 행동으로, 오체투지의 ‘오’자대신 기어갈 포(匍)자를 쓴다. 전장연은 국회가 1년 안에 7대 장애인 권리 입법(장애인권리보장법·권리중심일자리지원특별법·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발달장애인법·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입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요구안을 받아든 이 대표는 “알겠다. 저희가 잘 챙기겠다”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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