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했던 그들, 그래서 더 극적인 드래프트의 환희
KBO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지명 가능성 높은 선수들을 초대한다. KBO의 초대장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불안과 초조 속에 드래프트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지명을 포기하고 야구 아닌 다른 미래를 그려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고 최민석(18)은 11일 2025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초대받지 못했다. 어찌 보면 의아한 일이었다. 상위 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투수였고, 최민석 본인도 2~3라운드 안에는 뽑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고 동기 김동현(18)과 김영우(19)가 1라운드 9, 10순위로 차례로 지명받는 걸 집에서 지켜봐야 했다. 설마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겠느냐고 생각도 했지만 불안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2라운드 6순위, 두산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기쁘다기보다 놀랐다. 옆에서 같이 중계를 보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야구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 드래프트 장으로 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농담하지 말라고 했다. 야구부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 농담이 아니었다. 학교를 통해 두산이 최민석을 지명과 동시에 부른 것이다. 경사스러운 날 현장에서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집이 송파구 서울 롯데호텔 드래프트 현장과 차로 10분 거리로 가까웠다. 어머니 차를 타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최민석은 “도착하고도 자리를 못 찾아서 좀 헤매다가 겨우 뒷줄 빈자리를 찾았다”고 웃었다. 먼저 지명을 받은 김영우, 김동현 등이 그를 반기면서도 ‘왜 이제야 왔느냐’고 놀렸다.
최민석은 140㎞ 후반대 빠른공에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다. 본인은 ‘빠른 피칭템포’를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 제일 좋아하는 제이컵 디그롬(텍사스)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로 성장하고 싶다. 물론 지금 당장의 목표는 내년 시즌 빠르게 1군에 데뷔하는 것이다. 고교 내내 같은 팀에서 뛰었던 김동현, 김영우와 맞대결도 기대하고 있다.
경기상고 유재현(19)의 경우는 조금 더 극적이다. 그 역시 초대를 받지 못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이 중계를 봤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어깨 부상으로 1년 유급을 했다. 오전에 이미 대학 원서까지 준비했다.
4라운드까지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5라운드 들어서도 다른 6명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7순위, 올해 그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봐 왔던 NC의 지명 순서였다. 유재현도 내심 ‘혹시나’하고 기대했던 팀이었다. 드디어 그의 이름이 불렸다.
역시 기뻐할 새가 없었다. 바로 구단에서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편한 차림으로 학교에 왔던 터라 1학년 후배의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
유재현은 “달력에 날짜 표시를 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만큼 특별한 기억이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울었고, 아버지는 빨리 호텔로 가라고 했다. 유재현은 “콘택트와 빠른 발이 장점”이라며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타석에서 절대로 쉽게 죽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이면서 이제는 같은 팀 선배인 박민우를 꼽았다. 야구 선수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는 말에는 “이재학(NC) 선배님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웃었다. 단점인 피지컬을 보완하기 위해 프로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땀을 쏟을 계획이다.
학교를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경기상고 야구부는 창단과 해체를 반복한 우여곡절의 역사가 이어진 팀이다. 1993년 2번째 해체를 겪었고, 26년이 흐른 2019년 3번째 재창단이 이뤄졌다. 그런 경기상고가 올해는 6명이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덕수고, 전주고와 함께 가장 많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지명자가 나왔다. 지난해 장충고(7명)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유재현은 “(최덕현) 감독님도 늘 학교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다. 야구뿐 아니라 학교생활도 더 엄중하게 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다”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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