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다"…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 참전한 한국선수단의 포효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산업의 토대를 뒷받침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영역이지만 타오르던 불꽃이 사그라드는 현실이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숙련기술의 르네상스'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이유다. 제47회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종합우승 20회를 목표로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인근 식당에서 선수단장인 이 이사장을 만나 기술의 미래와 기술인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이사장 취임 이후 첫 국제 경기다.
▶이번 국제기능올림픽 대회가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20번째 종합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돌아보니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다. 깜짝 놀랐다. 우열을 가리가 어려울 정도로 다들 잘한다. 제가 기계공학 전공인데 기계 분야를 포함해 메카트로닉스, 캐드 경기를 봤는데 우리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작품 보니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 우승 20회라는 목표를 꼭 달성하고 가겠다.
-경기장에서 선수를 보면서 느낀 점은.
▶프랑스 도착 직후 오늘까지 발바닥이 닳을 정도로 경기장을 돌며 우리 선수들을 한 분 한 분 지켜봤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을 마음속에 담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출전 선수에게 감명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이버보안 직종의 허린 선수인데 태극기에 "목숨을 걸어라"라고 써놨다. 이런 메시지가 우리 선수들의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목숨을 걸 정도로 직종에 임하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공단도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숙련기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20회 종합우승을 달성하며 이를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숙련기술의 황금기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도 뒤따라야할 것 같다.
▶일단 더욱 많은 직종에 대표선수를 선발하고 해외에 보내 직업훈련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타국의 직업훈련 기술, 장비, 시설 등을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의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 배움의 폭이 좁은 것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62개 직종에 49개 직종만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다양성에 대한 빈곤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직종도 계속 생긴다.
▶부족하지만 발전해야 하는 직종으로는 우리나라가 이번 국제대회를 포함해 도전하지 못한 화학실험기술, 재생에너지 분야가 있다. 미래 주요 산업인력이 될 청년들이 기술을 겨루는 국제대회를 통해 국가별 신기술 역량과 기술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신기술 직종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대회에 해당 직종을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 올해도 적층제조, 산업4.0, 산업디자인, 디지털건축, 로봇시스템통합 직종에 신규 참가했다. 이렇게 선발되고 성장하는 청년들의 경력개발 경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며 롤 모델의 연계도 중요하다. 지난 9월 9일 숙련기술인의 날 행사가 있었는데 기술과 기능을 배운 청년들이 대한민국명장, 기능한국인 등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술은 진보하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올해 지방기능경기대회 전체 출전한 선수가 4711명이다. 정확하게 10년 전에는 8353여명이었다. 딱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 사이에 청년층 인구는 6% 밖에 줄지 않았다. 특성화 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직업 교육이 살아나고 폴리텍 대학이 뒷받침하고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기술 장인으로 가는 경로가 확립된다. 유럽의 경우 직업계 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가 거의 50대 50의 비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2 대 8 정도다. 학력중시 풍조로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럴수록 기술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활력이 떨어진다. 이런 활력을 되살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입상한 선수들은 세계 정상급의 역량을 갖고 있다. 이들의 취업·진로에 대한 지원은.
▶기능올림픽 선수들은 지방·전국기능경기부터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수많은 관문을 뚫고 올라온 대한민국 최우수 선수들이다. 공단은 우수 숙련기술인으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총 59개 기업과 후원협약을 맺고 직종 중심 취업 연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대회 57명의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모든 배움의 분야는 변화의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변화가 없는 배움의 길은 없다. 그 길 위에서 참고 견디며 결국 끝에 다달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1%에 불과하다. 오늘 여기서부터 끝까지 가는 선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술을 배우다 보면 좌절하고 쉬운 길의 유혹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의지를 가지고 멈추지 않는다면 한 분야에서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명장, 기능한국인 등 숙련기술인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긴 여정에서 움츠러들지 말고 자부심을 갖고 정진해 나가길 바라며 기술강국 코리아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
리옹(프랑스)=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정해인 "'D.P' 촬영 당시 PTSD 와…공포심에 악몽 많이 꿨다" - 머니투데이
- 리사, VMA서 '올 립싱크' 비난 폭주… 외신들은 '최악' 혹평
- '남자만 가입' 수상한 여행 카페…'미성년 성매매' 후기 공유 - 머니투데이
- 7살 연하 남편, 상간녀에 "아내는 엄마 같아"…블박 본 아내 '충격' - 머니투데이
- 법기터널서 세번째 귀신 목격담…블랙박스엔 검은 그림자 [영상] - 머니투데이
- 큰 돈 번 줄 알았는데…대박난 '삐끼삐끼', 원곡자 토니안이 놓친 것 - 머니투데이
- 20만 유튜버의 민낯…13세와 동거, 동물학대 이어 '아내 폭행' 또 입건 - 머니투데이
- 전국 뒤흔든 '363명' 희대의 커닝…수능 샤프의 탄생[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나이도 찼으니 진짜 부부 어때" 송승헌·조여정 반응이… - 머니투데이
- 4개월 만에 보합세 접어든 경기도 아파트 가격.. 하락 전환 눈앞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