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치열'…쟁점은 '선행 게임'[IT돋보기]
IP 관련 소송 치열…유사성, 성과물 도용 등
'선행 게임'의 인정 여부 중요해…오는 24일 결심 및 2차 변론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게임업계의 지식재산권(IP) 쟁탈전이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장르의 유사성'이다. 과거 관행적으로 용인했던 유사성에 대한 잣대가 달라지면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된 것이다.
최근 1심 최종 변론기일을 진행한 '넥슨-아이언메이스' 소송과 12일 2심 첫 변론 기일을 진행한 '엔씨소프트-웹젠' 소송은 모두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분쟁이었다.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다크 앤 다커', 웹젠이 개발한 'R2M'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도용한 것인지가 분쟁의 요지다.
◇ '선행게임' 차용 관행 분명 존재해
피고(아이언메이스, 웹젠) 대리인들이 펼치는 논리에는 '선행 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웹젠 대리인은 "기존 게임 규칙을 차용해 신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게임업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상거래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며, 아이언메이스 대리인도 마찬가지로 "아이디어와 유사성으로만 판단해 선행게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모두가 기존 업계에 존재하는 게임들의 요소를 차용했다는 주장이다. 엔씨가 개발한 '리니지M' 또한 과거 '넷핵' 등 수많은 게임 요소를 가져왔다는 것이며, 넥슨의 'P3' 또한 같은 맥락이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넥슨의 '서든어택', '카트라이더'를 언급하며, 이들 게임도 '카운터스트라이크', '마리오카트' 등 선행게임의 요소를 분명히 차용해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엔씨와 웹젠의 1심 판결에서는 실질적 유사성을 다투는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선행게임의 차용'이라는 상거래 관행이 피고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저작권으로 보호하기 애매한 부분을 보호"…성과물 도용에서는?
반면 원고 측에서는 "선행게임에 존재했던 요소더라도, 선택·배열·조합이 있었기에 성과물로서 인정 받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각 시스템 요소는 개별적이나, 이를 선택, 배열, 조합한 성과물로써 각 게임, IP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 대리인은 "선행게임에서 각 구성 요소를 이끌어낼 여지는 있겠으나, 조합 자체는 제시돼 있지 않다"며 "리니지M 자체가 성과물이며, 선택과 배열, 조합도 성과"라고 주장했다.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엔씨의 손을 들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에서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즉, 타인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도 법적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2심에서의 엔씨도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아인하사드 △가방무게 △아이템 컬렉션 △변신 및 마법 인형 △메인 UI 등 각 요소만 보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나, 이들을 조합해 만든 '리니지M'의 콘셉트는 해당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넥슨 대리인도 "(아이언메이스가) 수없이 많은 게임을 제시했지만 주된 선행게임이 없다"며 "나열하는 것에 불과하다. 도식화하자면 P3와 다크 앤 다커는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중요한 갈림길 될듯
엔씨-웹젠 소송 재판부는 "여러 게임의 규칙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추상적인 부분을 매력적으로 만든다면 이는 모방을 벗어난 성과이지 않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1심 재판부가 엔씨의 손을 들어줬던 '성과물 도용'이라는 부분에 더욱 집중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엔씨 대리인 측에 도식화해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한 부분 역시 '선행 게임과의 유사성'을 깰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두 재판은 향후 게임업계의 저작권 분쟁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행게임 요소의 차용'이라는 애매한 범위를 명확히 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대상이 어디까지인지가 이를 통해 판가름이 날 것이다.
넥슨-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 소송은 3차 변론 끝에 1심 판결을, 엔씨-웹젠의 'R2M' 소송은 2심 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두 재판 모두 오는 10월 24일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재판은 유사 게임이 범람하는 시장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지식재산권 보호 측면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흥행작 모방을 근절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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