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36승 클래스가 운으로 만들어지나… 영리한 KIA 우승 청부사, 적응 마치고 돌진한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KBO리그의 수준이 높다. 시즌 중간에 들어와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무대”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선수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시즌 중간에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오프시즌에 계약을 하고 오는 게 낫다”는 팁도 떠돈다.
시즌 중간에 합류하는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동일하다. 바로 리그 적응이다. 오프시즌에 계약하는 선수들은 12월부터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인 3월 중순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선발로 체력을 만들고, 공인구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고, 또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읽는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성향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졌던 구종이나 코스가 KBO리그에서는 고전할 수도 있다. 조정하고, 변신한다.
하지만 시즌 중간에 대체로 합류하는 선수들은 말 그대로 경기에 나서며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큰 기대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 리그에 빨리 적응하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메이저리그 통산 36승 투수이자, 밀워키 소속이었던 2022년 한 시즌에만 11승을 거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에릭 라우어(29·KIA) 또한 이 덫을 피할 수는 없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윌 크로우, 그리고 그 크로우를 대체한 캠 알드레드를 한꺼번에 대체할 선수로 KIA의 부름을 받은 라우어는 입단 당시 어마어마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KIA 관계자들은 굉장히 이를 조심스러워했다. 아직 리그에 적응하지도 못한 선수고,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고 조정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 라우어는 데뷔 후 몇 경기에서 KBO리그 타자들의 집요한 승부에 고전했다.
라우어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던 당시 강력한 힘을 가진 포심패스트볼과 존에서 살짝 꺾이는 컷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았다. 물론 다른 변화구도 있었지만 이 두 가지 빠른 구종이 근간이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커터의 각이 밋밋했고, 여기에 체인지업마저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아 특히 우타자 승부에 고전했다. 라우어도 이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조정에 들어갔다.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구종마다 궤적과 상대 반응을 체크하고, 자신의 장점보다는 리그의 환경에 맞춘 최적의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사인을 내기 시작한 5일 한화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반등 가능성을 보여준 라우어는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는 KBO리그 데뷔 후 최고 투구를 보여주며 드디어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에 맞는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날 라우어는 6이닝 동안 단 1피안타만 기록한 반면, 9개의 무더기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상대 타선이 만만치 않은 롯데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퍼포먼스였다.
데뷔 초기 당시의 레퍼토리와 많이 바뀌었다. 높은 쪽의 힘 있는 포심을 보여주고, 커터보다는 시속 130㎞대 중·후반의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우타자 몸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히 커브를 섞어 던지며 우타자 상대 약점을 지워냈다. 낮은 쪽 코스의 변화구가 존에 잘 들어가다 보니 타자들로서는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높은 쪽 하이패스트볼에 무더기 헛스윙이 나왔다. 높낮이 조절로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특정 구종에 집착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라우어는 경기 후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하이패스트볼을 구사하다 보면 타자들은 ‘수박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서는 타자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 있게 계속 스윙이 나온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하이패스트볼 승부는 말 그대로 힘과 힘의 대결이다. 그러나 라우어는 “KBO리그 같은 경우는 좀 더 낮은 코스의 공들을 타자들이 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는 하이패스트볼을 셋업 피치로 두고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고 메이저리그 당시의 투구 패턴과 지금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선수들은 자신의 패턴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라우어는 빨리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투구판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도 라우어의 ‘클래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통 투수들은 밟는 위치를 고정한다. 밟는 위치가 달라지면 시야가 달라져 투구 리듬이 완전히 깨지는 경우들이 많다.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우어는 “투구판에 서 있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내가 어떤 위치에 섰을 때 제일 잘 던질 수 있는지를 찾으려 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지점을 어느 정도 발견한 것 같다”면서 “오늘(12일)은 웬만하면 가운데에서 던지려고 했고, 그게 슬라이더나 어떤 변화구를 던질 때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라우어도 이제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자신의 전투력이 ‘큰 무대’를 향해 맞춰져 가고 있다고 자신한다. 라우어는 “아직까지는 포스트시즌에 가기 위한 단계”라고 자신의 경기력을 설명하면서도 “팀이 1위를 확정 지은 그때쯤이면 나도 포스트시즌 모드에 완성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 큰 무대를 고대했다. 라우어가 큰 무대에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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