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ISDS 판정 취소소송' 영국 법원 각하에 항소

유종헌 기자 2024. 9.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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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결과에 불복해 낸 취소 소송을 영국 법원이 각하한 데 대해 항소했다.

정부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여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낸 취소소송을 각하한 영국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12일(현지시간)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전경. / 뉴스1

정부는 관계부처, 정부 대리 로펌, 외부 전문가들과 1심 법원의 각하 판결을 검토한 결과 판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해석 등에 관한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보고 판단했다. 영국 법원이 한미 FTA 11.1조 1항은 ISDS 제기에 관한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협정문 11장 첫머리인 “이 장은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적용된다”는 문구가 같은 장 중반에 나오는 ‘중재 청구’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재 청구를 내려면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해당 문구는 11장 1절에만 적용되고 2절에 나오는 ‘중재 청구’와는 관련 없다고 봤다.

정부는 이 같은 해석이 한미 FTA와 유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다룬 다른 ISDS 판정례들과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해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PCA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22억원과 지연 이자·법률 비용 등 총 13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이 소송을 냈다. 그러나 영국 1심 법원은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각하했다.

만약 정부가 항소심에서 승소할 경우 사건은 1심 법원으로 환송돼 정부가 주장한 중재판정 취소 사유에 대한 본안 판단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영국 법원의 각하 판결에 항소해 바로잡지 않을 경우,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언을 가진 투자 협정의 해석 및 적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부당한 ISDS 제기가 늘어날 가능성도 항소 제기 결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반면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항소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엘리엇은 “중재 판정에 대한 대한민국의 계속되는 불복은 매일 미화 1만 달러 이상 발생하고 있는 이자와 항소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의 가능성 등 납세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만 증가시키기보다는 법원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 건을 매듭짓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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