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 먹을 달걀 껍데기에 새겨진 번호는 몇 번인가요
동물복지 달걀 관심 있지만 “비싸고 파는 곳 적어"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비싼 가격, 유통 채널 부족 등이 시장 확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육환경을 알리는 난각표시제는 표시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쇼핑 패널 2만 명의 달걀 구매 빅데이터 분석과 전국 성인 남녀 1,055명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 달걀 소비시장 규모(지난해 6월~올해 5월)는 2조3,0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구매량 기준 32.4% 성장했다. 이 가운데 일반란은 2.1% 감소한 반면 동물복지란은 35.4% 늘었다. 이처럼 동물복지란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전체 시장 가운데 비중은 15.9%로 이제 10%를 갓 넘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복지란 구입 의사 있지만... "가격이 비싸"
설문조사 응답자의 63%는 동물복지 달걀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달걀 구매 시 중요 고려 사항으로는 가격(22.4%)이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고, 신선도(14.6%), 동물복지란 등 종류(11.0%), 품질등급(10.3%), 크기(9.8%) 등이 뒤를 이었다. 동물복지 역시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동물복지란 구입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57%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 비율과 달리 재구매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9%에 머물고 있다. 응답자들이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격이 비싸서(49.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자들은 일반란 10구의 평균 가격을 3,750원으로 상정했을 때 동물복지란의 경우 4,485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일반란 가격의 19.6%를 더 지불하더라도 동물복지란을 구매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격(30구 기준)은 일반란 6,451원, 동물복지란 9,126원으로 가격 차이가 41.5%에 달하고 있다.
또 동물복지란은 대형할인점(56.3%), 온라인(15.5%), 조합마트(15.0%)의 판매 비중이 86.8%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 슈퍼마켓 등에서 많이 팔리는 일반란과 달리 유통경로가 편중되어 있는 점도 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산란계 사육환경을 알리는 난각표시제도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달걀 껍데기에 새겨진 10자리 번호 가운데 산란계 사육환경 번호는 맨 뒷자리로 확인할 수 있다. 사육 시 밀집도, 산란 환경(깔짚 여부 등), 계사 내 조명, 방목 시설과 횃대와 같은 구조물 여부 등을 평가해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1번(방사)과 2번(평사), 케이지 사육을 하는 농가는 3번(개선 케이지), 4번(배터리 케이지)으로 구분된다.
난각표시제, 더 쉽고 직관적으로 바꿔야
응답자의 49.7%가 난각표시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난각번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동물복지달걀을 고른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단체는 "소비자들이 난각번호를 통해 사육환경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난각번호 확인을 위해 달걀 포장재를 들춰보거나, 포장재 표면의 QR코드를 통해 농장 정보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응답자의 66%가 포장재 표면의 다양한 인증마크와 문구로 인해 일반 달걀을 동물복지달걀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만큼 "'1번 방사', '2번 평사' 등 사육환경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포장재에 직관적으로 표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은 "사육환경 포장재 표시제 도입은 동물복지 사육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동물복지 농가라고 해서 닭에게 완벽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 케이지에서 나오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석에도 많은 달걀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물복지 달걀 구입도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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