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혁신 씨앗 심는 부산공유대학, 부산 발전 이끈다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공유대학(BITS)이 지난 2일 2학기에 접어들었다. 부산공유대학은 정부의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RIS는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손잡고 그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고, 취업과 창업으로 연결시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정부의 전략이 담긴 사업이다. '지방 대학 위기'를 지역의 혁신 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통해 해결하고, 동시에 '지역 소멸 위기'도 해결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부산은 정부의 RIS 사업은 '3전4기' 끝에 지난해 10월, 타 시도에 비해 늦깎이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1학기의 공유대학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글자 그대로 '대학 간 융합교육 혁신 모델'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공유대학의 운영체계를 큰 틀에서 살펴보면 '총괄운영센터-대학교육혁신본부-3개의 핵심 분야 사업단'으로 이뤄져 있다. 3개의 사업단은 ▲스마트항만물류 ▲친환경 스마트 선박 ▲클린에너지 융합부품소재 등이다.
총 5년간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부산공유대학에는 부산대와 동아대, 한국해양대를 비롯해 모두 15개의 지역 대학이 참여해 '해양특화 인재' 양성이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캠퍼스 장벽을 허물고 시설과 자원 및 각자가 가진 특장점, 168명의 교수진의 역량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의 혁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부산대 V-스페이스와의 협약은 좋은 예다. 부산대 통합기계관 2층 전체를 아우르는 이곳에는 시제품 제작을 위한 장비와 공간, 신기술 체험실, 창업자를 위한 창업 지원실 등을 갖추고 있어 공유대학 학생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
부산공유대학의 지난 첫 학기에는 15개 참여 대학 간의 결속을 다지며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연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전공별 모듈과 트랙의 개발, 공동교육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산 전역을 커버하는 공유대학을 구축하고 학부생 융합전공 615명, 전문대 나노디그리과정 112명, 융합대학원 22명 등 총 749명이 수강했다.
대학교육혁신본부 이동근 본부장은 "지난 학기는 공유대학의 틀을 갖추고 대학과 부산시가 혁신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기간이었다"며 "다양한 교육의 공동 경험이 부산시와 지역 대학, 최종적으로 부산의 발전을 견인할 것이다. 나아가 부산에 특화된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부산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공을 개발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부에서 운영한 프로그램 중 주목받은 프로그램으로 'TED형 오픈 강의'를 꼽았다. 총 12개 강좌에는 지역의 교수들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한국선급 친환경선박연구소, 한국수산개발원 등 기업과 연구소의 우수 인력도 강의에 참여했다. 강의 내용은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해 호평을 받았다.
또 친환경스마트선박사업단이 운영하는 스마트해양모빌리티융합전공에는 'Active-Mozaic 학점 이수체계'라는 독특한 시도를 해 안팎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체계는 학생이 자기 주도로 교과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다수 교육과정은 전공필수와 전공선택으로 구분되고 과목당 3학점 구조로 돼 있어서 학생이 특별히 많은 학점을 이수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전공선택을 자유롭게 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각 과목의 핵심만 추려내 1학점 단위로 개편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크게 높여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과목의 경우 산업체에 근무하는 현업 전문가에게 강의를 맡겨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교과과정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요즘처럼 빠른 기술변화의 시대에 걸맞은 적절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인원 친환경스마트선박 사업단 부단장(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현재 조선해양공학 분야도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라는 큰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인공지능, 화공학 등 타 분야와 융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여러 분야의 기술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 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산 지역 대학 역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이른바 '벚꽃엔딩'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의 혁신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공유대학의 노력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동근 본부장은 "대학의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공유대학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부터 정부가 도입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서도 부산공유대학의 운영 시스템과 경험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부산은 RIS 사업의 후발주자지만, 오히려 RISE 체계에선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지역 RIS는 교육부-대학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부산은 처음부터 지자체-대학이 함께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또 여러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타지역 사업과 달리 부산은 단일 지자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RISE 사업에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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