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에 "뽀뽀 사진 보내줘" 요구…대법 '성착취 대화' 유죄 확정

30대 남성 "목소리 들으면 흥분된다" 45차례 메시지 보내
1심 무죄·2심 유죄…대법 상고 기각하고 원심 징역 2년 집유 3년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10살 여자아이에게 결혼서약서를 쓰게 하고 뽀뽀 사진을 요구한 30대 남성의 행위가 '성 착취 목적 대화'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N번방 사건 이후 신설된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 목적 대화에 대한 첫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 착취 목적 대화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1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알게 된 10살 B 양에게 총 45차례에 걸쳐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양에게 '서로를 소유한다'는 내용의 결혼서약서를 쓰게 하고 '뽀뽀하는 사진', '입을 벌리고 아 하는 사진' 등을 요구했다. '목소리를 들으면 흥분된다'며 녹음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씨가 성교 행위 등을 비롯한 각종 성행위를 직접 언급하거나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성적 묘사를 하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혐의만 인정하고 성 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넓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A 씨가 B 양에게 보낸 메시지는 B 양과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 도의 관념에서 비춰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A 씨의 아동학대 혐의와 성 착취 목적 대화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0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대법은 2심의 성 착취 목적 대화 유죄 판결에 대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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