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토론 최대 특색어…트럼프 '그들' vs 해리스 '미국'

이종훈 기자 2024. 9. 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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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맞붙는 모습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 민주당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이라는 단어를 가장 특징적으로 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펜실베이니아대 언어학자 마크 리버먼의 분석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첫 토론 맞대결에서 성향만큼이나 언어 선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노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항해 가장 대조적으로 사용한 단어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아닌 타자를 가리키는 '그들'(they)이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하려고 시도하면서 '그들'을 많이 썼는데, '그들' 사용 횟수는 '그녀' 116번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그는 이민자도 '그들'이라 칭하며 분노를 드러냈는데, "그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그들은 개를 잡아먹고 있다" 등의 문장을 썼습니다.

'그들' 외에도 '좋은', '나쁜', '수백만' 등이 가장 트럼프적인 단어였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특징적으로 쓴 단어는 '미국'(America)과 '미국인'(American)으로 각각 17번, 27번 사용했고,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이라는 단어도 21번 사용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3번, '미국인'은 단 1번 언급했으며, '미합중국'은 7번 사용했습니다. 그는 '나라', '우리나라'를 더 선호했습니다.

리버먼의 분석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가장 특징적인 단어는 '일'(work)과 '가족'(families)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동서 해안지역의 엘리트'나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닌 중도 부동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훨씬 말을 많이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총 42분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37분보다 길었고, 1분당 쓴 단어 수도 198개로 상대의 160개보다 많았습니다.
'끼어들기'도 서슴지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54번의 발언 기회를 가졌고, 해리스 부통령은 29번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어휘의 풍부함 측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강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1천 개의 특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4천 개의 단어를 썼지만 동어 반복이 많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음성적으로 6천 개의 단어가 필요했습니다.

감정적 흥분 면에서도 두 사람은 특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둘 다 모두 변동폭이 적은 낮은 음조로 시작해 토론 중간중간 목소리를 높인 것은 비슷했지만 마지막은 크게 달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다. 최악의 대통령,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변화가 많은 억양을 구사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잘 처리된 사건을 종결하는 검사의 말투처럼 낮고 안정적인 어조로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말은 여전히 국면 전환을 위해 에너지를 쏟으려는 사람처럼 들렸거나, 자신이 최고의 밤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들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버먼은 현실 정치를 둘러싼 직감을 정량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블로그 '언어 로그'(Language Log)를 통해 20년간 정치인들이 쓰는 언어를 분석해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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