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원석 “검찰 악마화-만능키…두 쪽 비난서 책임감으로 버텨”

이원석 검찰총장 퇴임사
“소용돌이 사법”…정치 사법화 고강도 비판
“한 쪽선 ‘검찰 독재’, 한 쪽은 ‘한 일 없다’ 비난”
검찰 수사권 축소엔 “병들어 누운 환자 돼”

이원석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은 13일 자신의 임기를 마치며 지난 2년을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퇴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정치의 사법화’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총장은 “지금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과학, 기술, 의료와 같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총장은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장은 검찰 수사권 축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소위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라며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하여 수사가 업(業)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복원시켰다”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일수록 법치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