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원석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법치주의 원칙 지켜야"
"정치의 사법화 심화…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 잃지 말아야"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년 임기를 마친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금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며 "검찰은 '법의 지배'와 법치주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전히 험한 풍랑 앞에 놓인 검찰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검찰 구성원의 저력과 의지를 믿고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이해관계 불리하면 검찰 악마화…옳고 그름 아닌 진영 유불리에만 따라"
이 총장은 먼저 검찰의 수사와 각종 행보를 진영 논리에 따라 해석하는 정치권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년의 임기를 돌아보며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총장은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며 "진영과 정파,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으로 나뉘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그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 "지난 정부, 검경 갈등하게 만들어…칸막이 없애는 것이 공직자 자세"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총장은 자신이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소위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뜻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손을 놓은 검찰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은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해 수사가 업(業)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복원시켰다"고 되짚었다. 민생범죄,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비리 대응, 선거사범 처분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형사사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해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며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되지 않고 이는 시대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현재의 위기는 협업이 해답'이라고 했다. 검찰 혼자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여러 기관의 칸막이를 없애 함께 일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라며 증권범죄합수단·가상자산범죄합수단 등 각종 합수단의 출범, 경찰청·국토교통부 등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업 사례를 들었다.
◇ "정치의 사법화·사법의 정치화 심화…양극단 사이 중심 잃지 말아야"
이 총장은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검찰 구성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국가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눈과 귀, 팔과 다리 역할을 하는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인력, 법령,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검찰 구성원들의 희생과 인내만이 요구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군자는 의에 민첩하고 소인은 리에 민첩하다'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가자"고 격려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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