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M&A" vs "장부 열어라"…'최·장 전쟁' 2라운드 본격화

안정준 기자 2024. 9.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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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상장 유통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갈등이 공식적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라운드에선 MBK를 전면에 내세우고 영풍은 한 발 물러선 양상이다. 하지만 영풍은 곧바로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내며 고려아연 경영진의 배임·시세조종 문제를 공격하는 한편, 고려아연은 경영능력 없는 영풍이 기업사냥꾼과 결탁했다고 지적한다. 1라운드가 양측의 주총장 표대결이었다면 2라운드는 공개매수를 둘러싼 양측의 주주 설득 경쟁에 MBK라는 변수가 추가된 형국이다.

MBK 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주)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주)영풍'은 13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연합이 공식화된지 하루만에 양측이 유통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며 고려아연 경영 주도권을 가져오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전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주)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돼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 6개월 간의 평균종가(거래량평균가중가격(VWAP) 51만6735원, 50만7393원)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지난 12일 종가보다 18.7% 높으며, 52주 최고가인 55만7000원에 비해서도 18.5% 높은 가격이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고려아연 주식회사 기명식 보통주식이며 발행주식총수 2070만3283 주 중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총수의 약 7%)에서 최대 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약 14.6%)까지다.

MBK 파트너스는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실시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이며, 공개매수 대상 주식에 대한 최소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영풍 측과 최씨 가문의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전량이 공개매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영풍정밀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1.85% 가량을 들고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역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공개매수 공식화와 함께 영풍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를 통해 최윤범 회장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것.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주주를 동시에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며, "위법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함으로써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상법 제4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주권에 기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양측의 이 같은 총공세를 주주 이익에 반하는 약탈적 M&A로 규정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 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당사는 위와 같은 공개매수 시도가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 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 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에 본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했다.

주주 동요를 막기위한 메세지도 내놨다. 고려아연은 " 현 경영진은 독보적인 사업경쟁력과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정기배당, 중간배당, 자기주식 취득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갈등은 창업 3세대로 내려오면서 부터 시작됐다. 2022년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 최윤범 회장 체제가 시작되며 고려아연측이 한화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이 기점이었다. 영풍 측은 이 같은 최 회장의 독립 경영 강화 분위기를 탐탁치 않게 봤다. 현재 장씨일가 측은 고려아연의 지분율 약 32%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최 회장 등의 지분율은 약 30%로 양 측간 지분율 격차는 2%포인트 수준이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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