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인하해야” vs ”건설경기 침체로 못해”… 업계간 줄다리기 ‘팽팽’
시멘트업계 “유연탄 가격 떨어져도 전기요금 부담… 생산·출하량 감소”
건설사들이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에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한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내면서 업계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 하락분에 따른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멘트업계는 ‘IMF 위기에도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실적 악화 우려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지난 9일 시멘트 제조 7개사와 레미콘 단체에 시멘트 가격 협상 자리에 참석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6월 말 시멘트업체와 레미콘단체에 가격 협상 참여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 보낸 이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건자회는 “2023년 하반기 가격 협상에 참여해 시멘트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면서 “당시 원재료 가격이 인하할 경우 시멘트 가격을 인하한다는 확약에 따라 가격 재협의를 요청한다는 내용을 공문에 담았다”고 했다.
건자회는 시멘트 가격 인하 요구 근거로 시멘트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이 내려갔다는 점을 들었다. 시멘트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2022년 상반기 톤(t)당 256달러(35만3638원)에서 하반기 444.53달러(61만4073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92.96달러(12만8414원)까지 하락했고, 8월에는 144.76달러(19만 4238원)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건자회는 시멘트 가격을 t당 1만1000원 인하를 요구했다. 현재 t당 11만2000원에서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10만1000원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건자회에 속한 건설사들은 건설 경기가 어려운만큼 가격 인하를 통해 건설업계 고통 분담을 요구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건자회에 대형 건설사들도 참여하면서 목소리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국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은 227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했다. 출하량도 약 12% 감소한 2284만t으로 나타났다. 출하량 감소에 따라 재고는 16% 증가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시멘트 수요가 빠르게 감소해 일부 업체는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설비 가동 중단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2~3년 내 연간 출하량이 4000만t 이하로 떨어질 전망도 나오는데,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연간 출하량 4000만t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에 대해서도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5개 시멘트회사 전체 매출은 2조 8378억원으로 전년동기와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3632억원으로 60%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유연탄 가격 하락만으로 시멘트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내용도 호소했다. 시멘트 원가의 또 다른 3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 때문이다. 하반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유연탄 가격 하락분이 상쇄된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 가격 협상 당시 요구한 인상 분의 60~70% 수준밖에 인상해주지 않은 건설업체가 많은데, 이제 와 전부 올려준 것처럼 이야기하고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건설비용에 시멘트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0.4%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라며 “다른 자재값 등은 전부 유지하는 상황에서 시멘트 업체가 이익이 난다고 가격 하락을 요구하는 것은 손실을 내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고, 환경규제 강화로 설비투자 규모가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내리게되면 시멘트사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공사비 증가 대책 중 하나로 시멘트 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있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달 내로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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