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글, 아직 안 쓰세요?
[편집자주] 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트루먼 대통령이 재임 중 집무실 책상에 올려둔 팻말의 문장이다.
책임은 리더십에서 불가결한 요소다. 책임지는 리더라야 조직 안팎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책임 지는 리더와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제품에 결함이 드러나는 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2014년 애플의 iOS 8 업데이트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을 때, 쿡은 문제를 신속하게 인정하고 수정 패치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로써 고객의 신뢰를 조기에 회복할 수 있었다.
쿡은 애플의 모든 결정에 있어 투명성을 유지하고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려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애플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쿡은 애플이 공급망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그가 기업의 윤리적 책임까지도 최종적으로 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가 계시리라. “이 코너의 주제는 글쓰기인데, 웬 사례로 본 리더십을 다루고 있지?” 정확한 지적이다. 위 두 문단이 글쓰기와 관련된 것은,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쓴 글이어서다. 필자는 챗GPT에 트루먼 대통령의 팻말 문장을 제시하면서 ‘책임 지는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와 반면교사 사례를 달라’고 주문했다. 생성형 AI는 금세 팀 쿡 사례 등을 들었다. (위 두 문단은 AI의 문장을 일부, 아주 일부 다듬은 결과다.)
◇리더십 사례 챗GPT한테 물어봤더니
생성형 AI가 꺼낸 반면교사 사례 세 건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당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에 해당하는 사례를 즉각 내놓는다. 다만 한 가지 반드시 유념할 측면과 그에 따라 거쳐야 할 작업이 있다.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글의 내용 중 일부는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사실을 확인하고 수정해야 한다. 예컨대 모범으로 제시된 팀 쿡의 사례를 보면, 그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인정했다는 뉘앙스로 읽힐 소지가 있다. 당시 애플의 대응은 신속했지만 쿡이 몸소 나서지는 않았다. 쿡은 앞서 2012년 iOS 6의 지도 서비스 품질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떠뜨렸을 때에는 직접 사과하면서 “당분간 구글 지도 등을 쓰라”고 말했다.
반면교사 예시 중 폭스바겐의 빈터콘이 ‘나는 몰랐다’는 식으로 발을 빼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인 듯하다. 당시 폭스바겐 그룹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공식 사과 영상에 그 발언이 담겼다고 보도됐다.
웰스파고 사건을 전한 문단 중 ‘다만 자신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다르다. 청문회의 문답을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스텀프는 “비윤리적이었다”면서 사과했고, “나는 비윤리적인 판매 관행 일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엔론 건을 정리한 두 문단의 팩트 체크는 독자의 실습용으로 남겨둔다. 챗GPT는 “중요한 결정에서부터 위기 상황의 대응, 윤리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책임을 지고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의 리더로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마무리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최종 의사결정권자나 경영진의 대외 활동이 중요하고, 대외 활동 중에는 강연이 있다. 연설문이나 이른바 ‘말씀자료’는 대외 소통의 품질과 전달력을 좌우한다. 연설문을 쓸 때에도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활용할 ‘비서’가 되고 있다.
◇연설문 초고도 깔끔하게 제시
필자는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보도자료 및 말씀자료 작성 특강을 앞두고 생성형 AI한테 강연 자료를 주문했다. 개인 정보 ‘보호’와 산업적인 ‘활용’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는 주제를 제시했다.
전문 번역자가 아닌 직장인도 업무상 번역할 일을 마주친다. 그럴 때면 주저없이 생성형 AI한테 일을 맡겨도 된다. 번역 업무에는 이미 생성형 AI가 깊숙하고 넓게 들어왔다. 인공지능은 높은 수준의 번역 완성도를 보인다. 간혹 사람이 덜 하는 실수를 저지르긴 하지만, 이는 사람이 감수(監修)할 부분이다.
번역을 잘한다는 사례를 하나 공유한다. 이전까지 번역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문장 요소가 대명사였다. 다음 문장의 번역은 충실하지 않았다.
[원문] A dog does so by manipulating its human owner such that they’d do anything for it.
[번역] 개는 인간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주인을 조작하여 그렇게 합니다.
요즘에는 ‘개는 주인을 조종해서 자신을 위해 뭐든지 하도록 만듭니다’라고 정확히 번역한다.
컴퓨터는 계산과 데이터 처리에서 시작해 점차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제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기능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을 잘 다루는 리더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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