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넘사벽 만들겠다”… 126만평 ‘AI메모리 용인클러스터’ 박차[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이예린 기자 2024. 9. 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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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 (3) SK하이닉스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착공
총 4기 팹 구성… 120조 투자
첫 공장은 2027년 5월 완공
50여 소부장 기업 입주 예정
반등기 대비해 시설투자 늘려
청주 신공장 2026년부터 양산
미국 인디애나주엔 패키징 기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공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장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용인 =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지난 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대. 마치 미국 애리조나주 대협곡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광활한 흙빛 맨땅에선 어마어마한 크기의 굴착기와 천공기 여럿이 돌아다니며 땅 다지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높은 부지를 깎기 위해 다이너마이트 등 폭약으로 파쇄한 돌들을 굴착기가 걷어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송종욱 용인일반산업단지 경영관리본부장은 “이곳에서 하루에만 5t 정도 쓰던 폭약 규모를 최근 8t으로 늘렸다”고 했다. 세계 차세대 메모리 생산의 ‘핵심 전진 기지’가 될 용인 클러스터가 힘차게 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총 4기 팹(반도체 생산시설)으로 완성할 용인 클러스터의 첫 팹 핸드오버(땅 다지기를 끝내고 건물 올리는 작업으로 전환)를 내년 2월 말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용인 클러스터의 공정률은 전체 37.0%, 전기 인프라 80.2%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 본부장은 “올해 10월 내로 첫 팹 건설팀원 약 400명을 수용할 임시 사무실이 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민원과 규제로 몸살을 앓으며 터파기 작업을 착수하기까지만 4년이 걸렸다. SK하이닉스는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후속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함께 작업 중인 모습.

클러스터의 전체 면적은 총 415만6000㎡(126만 평)로 투자 규모만 120조 원에 달한다. 첫 팹 건설에는 올해 8월부터 오는 2028년 말까지 9조4000억 원이 투자된다. 투자액에는 부대시설, 업무지원동, 복지시설 등 클러스터 초기 운영에 필요한 각종 건설 비용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첫 공장을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완공하고, 나머지 세 개 팹도 순차적으로 건설해 용인을 인공지능(AI) 반도체 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50여 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입주해 2027년부터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외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신공장 ‘M15X’는 2026년 3분기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해 D램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건설비 5조3000억 원을 포함해 20조 원이 넘게 투자된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투자,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최종 조립) 생산 기지와 연구·개발(R&D) 시설을 짓는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 선점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최신 공정을 적용한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0나노(㎚·1㎚는 10억 분의 1m)급 6세대 1c 공정을 적용한 DDR5를 개발한 것이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나타내는 나노는 낮을수록 미세해지며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 효율도 개선된다는 것을 뜻한다. 5세대 1b는 지난해 5월 경쟁사가 먼저 양산에 나섰지만, 이번 공정을 적용한 DDR5는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앞서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2년 개발한 DDR5 D램 기반 첫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샘플.

자체적으로 연산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D램도 개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가 수행하는 연산 기능 일부를 메모리 내부에서 처리하는 D램이다. 앞서 지난해 9월 GPU 연산을 대체할 수 있는 PIM ‘AiMX’(시제품명)를 공개했다. 이는 GPU로 구동되는 시스템 대비 반응 속도가 10배 이상 빠르고 에너지 소비 효율이 5배 이상 높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SK그룹에 편입된 201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32조7657억 원으로 매출 대비 R&D 비용(4조1884억 원) 비중은 12.8%에 달한다. 최악의 불황 속에 4조 원대 R&D 투자를 집행한 건 HBM 등 차세대 기술 개발로 반등기를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매출액 대비 R&D비 비중은 반도체 불황기였던 2022∼2023년에 2년 연속 10%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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