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영풍 손 잡은 MBK, 주식 공개매수 나선다

이한듬 기자 2024. 9. 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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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각 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영풍 손잡은 MBK, 주식 공개매수 나선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을 잡고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부터 10월4일까지 22일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돌입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전날 종가인 55만 6000원보다 18.7% 높다.

현재 영풍과 오너인 장형진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685만9254주)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전체 영풍 발행 주식 중 최소 7.0%에서 최대 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자되는 금액은 최대 2조원에 달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소 40.13%, 최대 47.73%까지 늘어나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같은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를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의 지분을 확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영풍 및 특수관계인보다 고려아연의 주식을 1주 더 갖게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그림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으로부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려아연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의견 표명서를 통해 공개매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 시도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 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장형진 고문을 겨냥해 "영풍 경영에 실패한 장 고문이 50년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경영능력이 입증된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영풍·장 고문·MBK는 세계 1위의 아연제련기업인 당사의 경영에 관여할 자격도 능력도 없고 이들이 고려아연을 지배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 당사는 실패한 위험 기업 영풍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며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사냥꾼에 의해 구조조정을 빙자한 근로자 대량해고, 기술과 자본의 약탈 등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22년 고려아연이 최기호 창업주 손자인 최윤범 회장 체제를 시작한 이후 두 집안 사이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졌고 올해 정기 주총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 안건을 영풍이 반대하면서 두 집안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이를 계기로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 종료,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본사 소재지 이전, CI 교체 등 사실상 독자노선을 밟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이 MBK파트너스가 공동전선을 구축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윤범 회장 일가를 비롯한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은 우호지분을 합해 33.99%이다. 자사주(2.39%)와 국민연금 지분(7.57%)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22.92%의 유통물량이 남게 되는데 고려아연 측이 지분율 과반을 넘기기 위해서는 16.02%(1조8500억원)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업계에선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세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LG·한화 등이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이들 기업을 우군으로 확보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재계 주요기업 총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만큼 추가로 백기사를 영입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앞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연금 보유 지분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의 지분율 과반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유통물량 22.92% 중 6.05%(6965원)를 추가로 취득하면 된다"며 "반대로 고려아연의 지분율 과반을 막기 위해 영풍 측은 6.90%(7943억원)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분율 경쟁 재점화로 인해 단기간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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