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공사업체’ 추천인은 있는데 “기억 안 나” 곧이곧대로…2년 감사결과

권태호 기자 2024. 9.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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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3일 뉴스뷰리핑]
한겨레신문 1면 사진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오늘(9.13) 아침신문 1면에는 2개의 김건희 여사 관련 뉴스가 장식했습니다. 하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유죄 선고(4곳)와 △관저 이전 공사 불법·부실 감사결과(3곳) 등입니다. 이밖에 △8년만에 새 원전 건설 허가(4곳) △공시가 현실화 폐기(3곳) △여야의정 협의체 난항(2곳) 등이 1면에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공사와 부실 감사

② 시선, 클릭!

- 추석 응급상황 대처법

- 추석연휴 병원 진료비 30% 더 낸다

- 추석길 맛집 30선

- 새꼬막 양식 큰 피해

- 30년 뒤 노인가구가 50%

③ Now and Then : 머나먼 고향(나훈아, 1971)

① 차이의 발견

#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공사와 부실 감사

- 요즘 뉴스는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가 두 축을 이룹니다. 김 여사 관련 뉴스는 전방위적입니다. 매우 큰 뉴스이고,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워낙 황당한 일을 많이 접해 이젠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저공사 의혹 감사결과 등이 있었고, 이외에도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총선 공천개입 의혹 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마포대교 방문 ‘지시’ 및 사진 논란 △추석 인사 시작으로 활동 개시 등 오히려 김건희 여사는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모양새입니다. 오늘은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2022년 3월20일)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이후 맨 먼저 시행한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입니다.

- 당선인 시절인 3월20일 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하며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발표했습니다.

- 관저는 애초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하려다가, 리모델링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자,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급거 변경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윤석열 국정'의 모습을 이때부터 보여줬습니다.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는거야)입니다.

- 취임 첫날부터 ‘용산 국방부’로 출근했습니다. 관저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몇 달동안 그대로 사용해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 그래서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방문했습니다. 백 교수는 2017년 중앙일보 ‘백재권의 관상·풍수 이야기’ 코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산의 철탑(남산서울타워)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 청와대 주인이 제일 큰 ‘화’를 받는다. 뾰족한 철탑이 ‘살기’를 분출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철탑만 이전하면 더 이상 대통령들의 액운은 없을 것으로 본다”

`철탑'을 옮기지 못하니, 청와대를 옮긴건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백 교수는 용산 이전 결정 직후엔 ‘여성경제신문’에 이렇게 기고했습니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 그동안 막힌 혈이 ‘뻥’ 뚫리는 효과가 벌써 나타난다. 관상 좋은 대통령, 운 좋은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의 국운도 덩달아 좋아진다”

그동안 `국운'이 얼마나 좋아진 걸까요.

2. 시공업체 선정(2022년 4월말)

- 대통령 관저 시설 공사에 ‘21그램’이라는 인테리어업체가 인수위 TF에서 4월 말 선정됐습니다. 대통령실 공사는 보안을 이유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공식적으로는 모릅니다. 감사원도 1년 8개월의 감사 끝에도, 이를 밝혀내지 못(안) 했습니다.

-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를 후원했던 업체이고, 이 업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 구조보강 공사를 해야 되는데, 내부 인테리어 전문 소규모 업체가 선정된 것입니다. 대통령 부부 경호를 생명으로 하는 경호처 입장에서 보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3. 공사(2022년 5.15~11.6)

- 진행과정은 졸속과 불법의 연속입니다.

- 대체로 2가지 형태입니다. 하나는 급하게 진행해야 하니,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건너뛰거나 졸속, 심지어 일단 공사를 한 뒤 나중에 이를 끼워맞추는 식의 허위자료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고, 두번째는 ‘21그램’이란 업체가 법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분이 많다보니 이를 봐주느라 또 불법이나 졸속을 용인해 주는 형태였습니다.

1)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닌 준공검사

- 준공검사는 건너뛰었습니다. 준공도면대로 실제 작성됐는지 확인해 발주처(행안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관저 준공검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준공검사 조서는 작성됐습니다.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건축 감리를 맡은 ㅇ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준공검사에 가지 않고, “입회했다고 조서에 나중에 서명했다”고 감사원에 말했습니다.

- 감사원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준공검사를 절차와 규범에 맞지 않게 한 건 맞지만, 그 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을 방문해 검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대체로 감사원은 정부가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게 업무인데, 이처럼 정부를 변호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2) 준공도면은 어디로?

- 최종 준공도면은 발주처인 행안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경호처가 경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합니다.

- 감사원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관저 도면이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전혀 없다는 건 아니고 최종하고 안 맞는다는 의미”라고 답했습니다.

- 이외에도 일단 공사부터 하고 나중에 그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내역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3) 제주에 있는 건설사에 하청

-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업체입니다. 그래서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할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를 끌어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21그램은 제주에 있는 ㅇ종합건설을 직접 섭외했습니다. 왜 굳이 멀리 제주에 있는 업체를 선정했는지, 21그램과 어떤 관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제주에 있는 ㅇ종합건설은 공사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신 이 ㅇ건설업체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고 합니다. 대통령 관저 공사를 이렇게 얼렁뚱당 해도 되는 걸까요.

- 이외에 21그램은 관저 실내건축공사와 관련해 37개 업체(협력업체 포함)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가운데 19개 업체가 미등록 업체였다고 합니다.

한겨레신문 4면 그래픽

4. 감사원의 부실감사

1) ‘주의’가 끝

-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앞으로 대통령 관저와 같은 고도의 보안시설 등에 대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법령 등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 조처만 했습니다.

2) 마지못해 감사?

- 애초 이 감사는 참여연대와 시민 723명이 2022년 10월12일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의혹과 관련한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해 12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감사실시를 결정하자, 감사원은 이듬해 2∼3월 실지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 그리고 1년 8개월간 진행된 감사 결과가 이것입니다.

- 감사는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돌격대장’으로 통하는 유병호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지휘했습니다. 지난해 4월 유 사무총장이 조사범위와 기간 확대 등을 요청하는 감사담당 과장에게 감사 중단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담당과장은 사직서를 던지고 감사원을 떠났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지난해 6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팔짱을 낀 채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3) 업체 선정은 안 밝혀

- 이런 류의 감사는 매우 흔합니다. 공공기관 공사에 공무원이 알음알음으로 ‘아는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는 부실하게, 공사대금은 높이는 방식을 쓰는 전형적인 토착비리 형태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사원도 이런 류의 감사를 무척 많이 해봤을 것입니다.

-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건 건축법 위반 등의 ‘어떤 불법이 있었느냐’보다, ‘애초에 이 업체를 왜 선정했지’입니다. 소소한 불법은 그런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업체 선정에서 출발하는 게 상식입니다.

- ‘21그램’에 처음 연락한 사람이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입니다. 그러면 김 비서관에게 `21그램'으로 할 것을 지시 또는 추천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감사원은 그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김 비서관은 감사원 조사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보안·전문성·신속성 등을 고려해 업체를 탐문했다. 인수위 내 관련자들 및 경호처 등을 통해 업체를 추천받은 후 인테리어를 중점으로 하는 몇 개 업체를 추려 시공실적 등을 제출받았다. 인수위 TF에서 함께 논의해 21그램을 선정했다”

- 그런데 ‘누가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 감사원은 어제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21그램에 처음 연락한 김오진 전 비서관을 조사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해서 누가 추천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감사를 시작한 지는 2년 가까이 됩니다.

- 김 비서관이 이처럼 진술을 거부하면, `인수위 내 관련자들 및 경호처'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하고, 또 함께 논의한 `인수위 TF' 관계자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결재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는 감사원 경력이 없어도, 길 가는 행인을 불러다 감사를 시켜도 이렇게 합니다.

- `21그램'의 많은 문제점을 감사원이 지적했습니다. 김오진 비서관이 `내가 연락했는데, 추천자는 모른다'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으니, 김오진 비서관이 잘못을 다 뒤집어 써야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은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통보(재취업 때 참고)만 했습니다.

- 그런데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비서관 업무를 1년 가량 한 뒤,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인 지난 2023년 7월부터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영전합니다. 그가 국토교통부에 어떤 전문성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5개월 간 근무하고 지난해 12월 퇴직했습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공모한 상태입니다. 김오진 전 비서관이 공항공사 사장이 되면, 아래 직원이 무자격 업체에 공사를 맡겨 문제가 생겨 `그 업체 누가 추천했냐'고 물어봐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오케이, 알겠다'고 넘어가겠군요. 김오진 전 비서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될지 주목됩니다.

동아일보 6면 그래픽

5. 대통령실의 후안무치

1) “특혜가 없었다”

- 대통령실은 감사 결과가 나오자, ‘업체 이윤은 통상적인 수준 이내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부각시키며 “특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의 시급성, 보안성 등으로 빚어진 절차상 미비점에 대해 점검 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2) “지난 정부가 계약했다”

-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이전 관련 건축공사 대부분이 지난 정부의 행정안전부·경호처 등 관계기관에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닌지...

- 대통령실 이전을 두고서까지 ‘지난 정부’ 얘기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모두 윤석열 정부,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고, 실제로 공사 계약 대부분이 윤 대통령 취임일 이후인 2022년 5월31일과 6월17일에 집중됐습니다.

3) 이 와중에 경호처 간부 비위

-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서 별도로 경호처 간부의 비위로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경호처 간부 ㄱ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ㄴ씨가 부풀려 내놓은 공사 견적액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15억7천여만원의 국고를 손실케 한 것입니다. 감사원은 경호처에 ㄱ씨의 파면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관련 시공업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이 사안은 김건희 여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파면, 수사' 등을 요청하는 감사원의 행동을 보면. 감사원은 이 간부를 부각시켜 ‘21그램’을 덮고 싶어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6. 언론보도

1) 기사 제목

한겨레 = 대통령 관저 준공검사 조작…위법 판쳤다(1면)

경향 = 맹탕으로 끝난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1면)

한국 = 1년 8개월 끈 ‘용산 이전’ 감사, 결론은“특혜 없었다”(1면)

동아 = “코바나 후원사, 尹관저 공사 무자격 업체에 맡겨…준공검사 안해”(6면)

중앙 = 무자격 업체가 공사, 경호처 16억 비리…용산 이전, 위법 적발(8면)

조선 = 16억 빼먹은 ‘대통령실 방탄 공사’… 경호처 간부 파면 요구(8면)

- 조선일보 기사가 눈에 띕니다. 유일하게 ‘경호처 간부’ 건을 부각시켰습니다.

2) 사설 제목

한겨레 = 관저 공사 불법·의문투성이인데, 감사원 ‘주의’로 끝내나

경향 = '김건희 연관·무자격' 업체 위법 뭉갠 감사원을 감사하라

동아 = ‘용산 관저’ 업체들 위법 수두룩… 추천인은 모른다는 감사원

한국 = 1년8개월 끌다 면죄부로 끝난 '용산 이전' 감사

중앙 = 탈법·부패 드러난 대통령실 이전, 용산의 자성 필요하다

조선 = 방탄 공사비 16억 빼돌려도 대통령 안전에 이상 없나

- 한겨레 경향 동아 한국 등이 모두 감사원 발표에 대해 이런 ‘감사원’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중앙은 ‘대통령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유일하게 업체선정과 불법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경호처 간부의 비리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② 시선, 클릭!

# 추석 응급상황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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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내일(14일, 토)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요즘은 성묘는 그 전에 다녀오고, 추석에는 별도의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각자 휴가를 보내는 집도 늘어났습니다. 또 이젠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명절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

오늘 노래는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1971)입니다. 나훈아의 첫 고향 노래인 셈입니다. 이듬해인 1972년에는 “코스모스~”로 시작하는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등의 고향 노래를 또 내놓았고, 이후 ‘고향’은 나훈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됩니다. 1970년대 초반 무렵 대중가요에 이런 ‘고향’ 노래가 많았던 것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농촌을 떠나 서울에서 공장이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던 청년들이 늘 고향을 그리워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인데, 이런 ‘고향 노래’에는 타향에서 힘들게 일하던 그 시절의 정서와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귀성은 ‘타향에서 쌓인 설움’을 부모님 얼굴 뵙고, 고향친구 만나고, 어머님 차려주는 밥 먹으며 씻어내고, 다시 힘을 받는 귀한 일이었기에, 그렇게 기를 쓰고 고향에 내려가려 했던 것입니다.

나훈아는 이전까지는 다른 가수들처럼 방송에도 자주 나왔으나, 1979년 무렵부터는 방송 출연을 거의 끊다시피하고, 이후로는 간헐적으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여오는 ‘신비주의 전략’을 써왔습니다. 늘 작은 쇼프로그램 패널로도 자주 참석하는 등 대중들과 늘 호흡을 함께 하는 남진과는 철학이 정반대입니다. 그러나 나훈아는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추석 때마다 ‘나훈아 쇼’로 무대에 등장해, 으레껏 추석에는 ‘나훈아’가 고향 노래를 부르는 무대로 등장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듯합니다. 영상은 2002년 공연 장면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석 연휴 끝난 뒤인 19일(목) 아침에 다시 뵙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dBfiIvgU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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