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쟁에… 7년전 발표한 소설속 주인공이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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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계절이 바뀌거나 어떤 거리를 지날 때면 제 곁에 찾아와요."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최근 만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ㅁ)를 읽고 집필을 결심했을 때 2017년 발표했던 단편 '빛의 호위'(창비) 속 주인공들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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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사진작가 7년후 삶 그려
“고통을 말하는것 후회 안해요”
“제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계절이 바뀌거나 어떤 거리를 지날 때면 제 곁에 찾아와요.”
탈북자, 난민, 성 소수자, 노숙자 등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자리에서 비켜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담아 온 소설가 조해진이 5년 만에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문학동네)로 돌아왔다. 조 작가의 새 작품은 전쟁의 무용함을 이야기한다.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최근 만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ㅁ)를 읽고 집필을 결심했을 때 2017년 발표했던 단편 ‘빛의 호위’(창비) 속 주인공들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단편은 전쟁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 ‘권은’과 그를 인터뷰하게 된 문화부 기자 ‘승준’의 이야기다. 권은은 인터뷰에서 불우했던 자신을 계속 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동창으로부터 건네받은 필름 카메라였다고 말한다. 승준은 뒤늦게야 자신이 권은에게 카메라를 건네준 학급반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장편은 그로부터 7년 뒤의 이야기이다. 권은은 인터뷰 후 전쟁 현장 촬영을 이어가던 중 사고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는다. 승준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승준의 마음은 복잡하다. 자신이 건넨 카메라가 권은에게 삶을 버티게 했고 끝내 다리를 잃게 만들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승준은 권은에게 직접적으로 묻는 대신 이제 막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미래에 읽어볼 수 있는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고민 끝에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권은은 런던에서 함께 지내게 된 살마, 나스차 등 전쟁 난민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만났던 자신의 삶을 천천히 풀어낸다.
소설 속에서 권은에게 묻고 싶은 것은 결국 한 가지로 압축된다. 계속 산 것을, 카메라를 들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같은 질문을 작가에게 던졌다. 그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을, 삶의 고통을 담아내게 된 것을 후회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승준과 권은을 다시 연결하고 셀마에게 거주지를 내어주는 영국인 애나와 권은을 연결해주며 마침내 권은과 승준의 아이를 세대를 넘어 이어주는 것은 글이에요. 윤영호, 윤지영 작가가 쓴 인터뷰집을 읽고 저도 이 글을 쓸 수 있게 됐죠. 직접적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요. 그러니 글을 쓰게 된 것을 후회할 수 없죠.”
2004년 등단한 조 작가는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았다.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놀라는 그에게 소회를 물었다. 조 작가는 “저마다 삶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고통이 보다 커져서 함께 무엇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먼저 표했다. “하지만 제가 지난 소설에서 만들어낸 인물들을 불러내 그들이 타인을 살리는 삶을 살고 있음을 썼듯이 독자들이 소설 속 인물들을 문득 떠올릴 수 있다면 조금 다른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믿어보고 싶어요.”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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