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초점
# 초점은 사진의 기본입니다. '초점을 맞춘다'는 말은 내가 원하는 지점을 선명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우리 눈은 선명한 곳을 먼저 봅니다. 초점을 맞춘 곳은 촬영자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사진가의 의도적인 시선입니다.
# 배경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초점이 맞은 곳 기준으로 앞뒤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진 용어로 피사계 심도라고 합니다. 초점이 맞는 깊이를 조절하는 말입니다. 사진가는 피사계 심도를 활용해 화면 속 일부분에만 시선을 줄 수도 있고 모든 부분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 구름에 반사된 붉은 노을빛이 창밖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사진의 초점은 창밖이 아닌 창틀에 있습니다. 찬란한 노을빛을 보고 싶지만, 저 스스로 반강제적으로 창틀로 초점을 돌렸습니다.
# 사실 창틀엔 별것 없습니다. 그저 앞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입원한 병실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런저런 상황에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자니 머리가 복잡하더군요.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 많은 걸 보고, 겪고,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럴 땐 카메라처럼 모든 부분을 아웃포커스 시켜버리고 한가지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집중하다 보면 조금씩 풀리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무사히 퇴원하셨고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저도 이제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출 때입니다. 눈앞의 창틀보다 조금 더 멀리 창밖으로 말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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