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 사이다 보다 커진 메시지 [무비뷰]

베테랑2 리뷰 개봉 황정민 정해인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베테랑2'가 돌아왔다. 넓어진 이야기의 폭과 업그레이드된 액션이 올 추석가를 책임질 예정이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2'(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영화는 주부 도박단을 검거하는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단의 유쾌한 컴백으로 시작된다. 여전히 요란하고 우당탕탕이지만, '죄짓고 사는' 나쁜 놈들을 잡는 이들의 모습이 반가움을 산다.

그런 서도철의 팀에 '해치'의 존재가 전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사적제재를 일삼는 의문의 연쇄살인마는 범죄자들이 저지른 행위를 똑같이 돌려준 뒤 잔혹하게 살해한다. 유튜버 정의부장(신승환)을 통해 '해치'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연쇄살인마는 임산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전석우(정만식)를 노린다.

이에 서도철 팀은 살인 전과가 있는 전석우를 보호하게 된다. 이어 조회수를 노린 한 유튜버가 전석우를 습격하려 하고, 그 순간 순경 박선우가 그를 제압한다.

이를 본 서도철은 박선우를 막내로 합류시켜 그와 함께 '해치'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해치'를 저지하고,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베테랑2 리뷰 개봉 황정민 정해인

'베테랑2'는 지난 2015년 누적 관객수 1341만명을 기록한 '베테랑'의 후속편이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 오팀장 역 오달수, 미스봉 역 장윤주, 윤형사 역 김시후, 왕형사 역 오대환 등이 다시 재회했다. 반가운 이들의 등장과 동시에 1편의 몇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1편의 추억이 아른거린 뒤 2편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이버 레커인 정의부장을 앞세워 현 시대상을 보여주는 '베테랑2'는 사적제재를 앞세워 살인을 저지르는 '해치'에게 환호하는 대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론은 가짜뉴스에 선동당해, 각자의 마음속에서 심판을 내린 뒤 마녀사냥을 이어간다.

이러한 모습은 1편보다 묵직하게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1편이 '권선징악'을 앞세워 '선과 악'의 대립을 온전히 그려냈다면, 2편은 '과연 무엇이 정의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해치'가 저지르는 행위들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임에도, 대중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동시에 환호한다. 이렇듯 영화 속 대중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민낯을 그려낸다.

전편의 모습을 '재탕'하지 않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은 2편에서 더욱 많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사적제재와 정의, 학교 폭력, 가족애 등 빌런 박선우뿐만 아니라 서도철 형사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다만 과유불급이다.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가 많다 보니 오히려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빌런의 이야기가 나오다가도, 서도철 형사의 주변으로 흩어진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아쉽다. 서도철 팀의 유일한 여성 형사 역을 맡은 장윤주는 여전히 '미스봉'이다. 또한 일부 장면에서 액션과 코미디를 보여주기 위해 다소 적나라하게 망가진다. 1편에서 서도철을 향해 "쪽팔리게 살진 말자"를 외치던 카리스마 아내 주연(진경)은 2편에서 내내 남편을 찾고, 도움을 청한다.

그럼에도 '베테랑' 시리즈만이 가진 액션 쾌감은 배가 됐다. 남산 계단 장면부터 우중액션신, 마지막 터널 액션신까지 주요 액션 장면들은 경쾌한 사운드에 맞춰 발 빠르게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우중액션신은 5:1로 이어지며 화려한 시퀀스를 자랑한다.

화려해진 액션만큼 수위도 올라간다. '해치'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일부 장면들에선 제법 수위가 올라간다. 여기에 적나라한 사운드까지 더해져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총과 칼을 이용한 액션이 아닌, 오로지 주먹과 기술에 의존하는 액션신인만큼 관객들에게 그 고통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서도철 형사를 연기한 황정민은 여전히 몸을 아끼지 않는다. '정형외과 액션'을 앞세워 이번 편에서도 역시 공감 가는(?) 고통을 보여준다. "나이 먹어서 힘들다고 하는 건 짜치잖아요"라는 황정민의 말처럼, 9년의 세월에도 끄떡없는 건재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배우 정해인의 재발견이다. 생애 첫 빌런 연기에 도전했다는 정해인은 낯선 동공 연기를 보여준다. 초반부 박선우의 눈빛이 단순히 '무섭다'면, 중반부를 넘어서며 '눈이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든다. 선한 얼굴과 상반되는 텅 빈 그의 동공 연기는 별다른 액션이 없더라도 섬뜩함을 자아낸다. 웃음마저도 학습된 것처럼 느껴지는 박선우의 소시오패스 연기는 대중에게 익숙한 정해인의 얼굴과 괴리감을 일으키며 몰입도를 더한다. 앞서 1편의 빌런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의 안하무인적 태도와는 또 다른 소름 유발이다.

1편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유불급'의 느낌을 주지만, '베테랑2'는 정직하게 익숙한 형사물의 공식을 밟아나간다. 이번 추석 유일한 한국 영화 주자로 나선 '베테랑2'가 또 한 번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러닝타임은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며 쿠키 영상은 1개다.

◆기자 한줄평 : 아는 고통이…더 아프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