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강력 부인... 손준호, ‘명확한 물증’이 필요한 건 중국이 아닌 자신이다
손준호(32·수원 FC)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눈물까지 보이며 “강압 수사로 이루어진 거짓 자백만이 중국 공안이 갖고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중국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손준호는 중국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손준호가 2년 6개월 동안 절친하게 지냈던 진징다오(김경도)에게 20만 위안(한화 약 3,758만 원)을 받은 게 금품수수 혐의로 이어졌다. 손준호는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됐던 10개월로 합의를 봤다. 손준호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축구협회는 “중국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뛸 때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다. 축구 경기를 조작했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이 내용을 대한축구협회에도 통지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이 사실을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보냈다.
FIFA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다. 이후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한다. 만약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를 기각하지 않으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가담을 강하게 부인했다. 손준호는 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승부조작엔 단 한 번도 가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손준호는 이어 “김경도와 2년 6개월간 정말 친했다. 친하다 보니 서로 돈거래도 했다. 돈이 필요한 순간 빌려주곤 했다. 친구 간 돈거래다. 승부조작과 연관된 건 절대 아니다. 불법적인 것도 아니다. 정말 친구 간 돈거래였다. ‘불법적인 돈인 걸 알고 받았던 게 아니’라고 여러 번 진술했다. 나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돈거래가 이루어진 중국 내 애플리케이션 위챗의 당시 기록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경도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건 인정했지만, 그 돈을 왜 받았는지에 대해선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손준호는 중국 재판 판결문도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판결문의 내용도 알지 못했다.
판결문엔 중국 재판 과정에서 손준호의 진술 내용,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세부 범죄 사실, 금품의 대가로 승부조작이 이뤄졌을 시 승부조작 대상 경기에서의 실제 불법 행위 여부 등이 적시됐을 것이다.
손준호는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중국 시절은 잊고 싶었다. 확인해야 할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가족과 중국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기로 했다. 새롭게 살아가는 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손준호는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중국에서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하고 살아갈 생각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2000년 금융감독원 변호사를 시작으로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변호사와 소장,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경험이 풍부한 법조인일 뿐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조예가 깊다.
김 변호사는 “손준호의 주장만 봤을 땐 김경도와 돈거래가 잦았다는 건 환치기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중국 환율 등을 고려해 돈을 은행에서 바꿔 쓰기보단 중국 돈이 필요할 때 가까운 선수에게 환전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금액을 바꾸면 외환거래 신고를 해야 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현지 돈을 은행보단 친한 지인 등에게 받는 경우가 꽤 있다. 분명한 건 손준호가 ‘그 돈을 왜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해 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10년 전의 일을 얘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4,000만 원에 가까운 돈은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 ‘물증이 없고, 기억도 안 난다’고 하면 주장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손준호의 말처럼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순 있다. 그래서 판결문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챙기지 못한 거다. 최근 모 선수의 경우 50만 원씩 총 8,000만 원 가량을 보이스 피싱으로 뜯긴 사례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 일어나곤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형량 거래에 관해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국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면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플리바게닝이란 게 있다.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다.”
“손준호가 진실을 밝히려면 항소를 했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중국에 머무르거나 다시 가야 한다. 형사 재판에선 피고인 출석이 필수다. 손준호가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게 아니라면 항소 등을 꺼리는 이유가 이해는 간다. 다만 진실을 밝히려면 증명해야 한다. 지금은 재심을 거쳐서 진실을 밝히는 방법뿐이다.”
손준호는 “승부조작은 절대 없었다”며 “금품수수 혐의만 인정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 주장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변호사는 “한국에선 국민체육진흥법상 처벌규정에 따라서 승부조작을 단죄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말대로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6호엔 ‘속임수나 위력을 사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의 공정한 시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해놨다.
김 변호사는 “중국에도 이와 같은 규정이 있는진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했다는 게 배임수증재인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쉽게 설명하면 이런 거다.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받지 않나. 그 연봉을 받으면 팀을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데서 돈을 받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게 한국처럼 말만 승부조작이 아닐 뿐이지 배임수증재는 사실상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중국에서 유죄를 받았다는 건 결국 승부조작이 인정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법원은 김경도의 증언과 그로부터 받은 20만 위안을 결정적인 증거로 본 듯하다. 손준호의 주장이 사실이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면 20만 위안을 왜 받았는지, 그 돈이 승부조작에 쓰인 돈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했다.
앞의 에이전트는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던 발언 중 가장 의아했던 게 ‘중국이니깐 그럴 수 있다’였다”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슈퍼리그에서 뛴 선수가 손준호만 있었던 게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 여럿이 중국 무대를 경험했다. 지금도 중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 지도자가 있다. 한때 슈퍼리그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모이기도 했다. 지금도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중국이니깐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면 그에 걸맞은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
핵심 사안인 20만 위안을 두고서도 거래 내역을 증명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기억도 안 난다고 하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말뿐이었다. 손준호가 억울함을 풀려면 입증을 해야 한다. 손준호가 아무런 자료도 없이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손준호의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을 반박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손준호의 주장대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면 재심도 불사해야 한다.
손준호 측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를 불법구금했다. 강압수사까지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아니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진실에 다가서야 할 문제다.
대단히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에 다가서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아픈 기억을 꺼내야 하는 일일지언정 재심도 불사해야만 억울함을 벗어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손준호가 중국 법원 판결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결정은 중국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한다”면서 “중국 사법당국의 형사 사건과 연관된 문제인 까닭에 CAS가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CAS에선 보통 판정 시비, 약물 도핑, 선수자격 시비 등을 가린다. CAS에 제소한다고 해도 CAS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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